디제잉·커피… 오전 7시 청년 찬양파티, 신촌 아침을 깨우다

입력 2025-12-05 03:01
‘아침 커피 찬양 커뮤니티’ 참가자들이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앞 언더독 카페에서 ‘오찬추’ 운영자의 디제잉에 맞춰 찬양을 부르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영하 8도 강추위가 몰려온 4일 오전 7시. 서울 서대문구 언더독 카페는 조용한 캠퍼스 거리를 깨우는 찬양으로 가득했다.

“나 기쁨의 춤 추리. 내 모든 슬픔 바꾸셨네. 내 모든 삶 주 안에 있네.”

콘텐츠 제작자, SNS 사역자 등 50여명의 청년이 ‘아침 커피 찬양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오늘의 찬양 추천을 뜻하는 유튜브 채널 ‘오찬추’ 운영자의 디제잉에 맞춰 찬양에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 덧입혀졌다. 파티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열기로 카페 유리문에는 김이 가득 서렸다.

참가자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30분 찬양 후 조효승 비욘드처치 목사의 설교가 이어졌다. ‘성탄의 기쁨, 우리의 삶에서 추출되다’를 주제로 말씀을 전한 조 목사는 “맛있는 커피를 위해선 정해진 추출 과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듯 신앙에도 우리 각자에게 원하시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며 “일상 속에서 주께 합당하게 살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예배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믿음의 발걸음 아메리카노’ ‘달콤한 위로 연유라떼’ ‘평안의 쉼 핫초콜릿’ 등 카페가 준비한 특별 음료를 한 잔씩 들고 가벼운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를 전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간 되면 릭 워런 목사의 ‘목적이 이끄는 삶’ 읽어 봐.” 커피를 들고 나누는 일상적 대화 속에는 기독청년들의 신앙 고민이 녹아있었다.

예배로 아침 깨우는 청년들

아침 커피 찬양 커뮤니티는 고민경(주케팅) 구민성(네버티) 김현재(루아워십) 류하은(하묵) 추진주(러브그로우레터) 등 다섯 명의 SNS 기독교 콘텐츠 창작자들이 지난 10월 시작했다. 아침을 기도와 찬양으로 깨우는 청년문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비정기적으로 소셜미디어에 공지를 띄워 참석자를 모집한다.

러브그로우레터 편집장인 추씨는 “모임을 기획할 때 무겁고 딱딱한 예배보다 일상적 느낌으로 하나님을 경험하길 바랐다”며 “커피와 디제잉 등 예배의 문턱을 낮춰 누구라도 쉽게 올 수 있는 모임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임에는 부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청년, 경기도 화성에서 1시간 차를 타고 온 청년 등 예배에 대한 갈망이 남다른 이들도 눈에 띄었다.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직장에 ‘반반차’를 썼다는 편창은(30)씨는 “새로운 교회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독청년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그 진심이 하늘에 닿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예배의 자리를 열어주는 마중물이 됐거나 신앙의 친구를 만드는 자리도 됐다. 얼마 전 처음 이 예배에 참석했다는 김하륜(23)씨는 새벽 5시30분에 눈을 떠 예배의 자리에 나왔다. 김씨는 “예배 전 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강택(28)씨는 “한 참석자가 3년째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신앙 성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며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고 공감하면서 하나님께서 분명히 그 뜻을 알게 하실 것이라고 응원했다”고 전했다.

일상과 신앙의 거리감 좁혀

최근 청년세대에서는 아침 커피 찬양 커뮤니티처럼 출근 전 가벼운 모임으로 하루의 활기를 더하는 모임이 유행이다. 비교적 일정 조율이 자유로운 일과 전 시간을 쪼개 활용한다. 서울모닝커피클럽(SMCC)은 짧은 대화를 나누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모임이다. 교계에선 캠퍼스 큐티 모임이 있다. 강예림 이화여대 학생신앙운동(SFC) 간사는 “바쁜 일상 속에서 말씀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고 공동체와 같이할 때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이러한 청년들의 신앙 움직임은 의례적이고 형식화된 수직적 예배에서 비공식적이며 자유로운 수평적 예배로의 변화”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미 영국과 미국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신앙운동으로 친밀하고 편안한 가운데서 교제하며 일상과 신앙의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가 있다”면서 “중심을 잡아주고 모임의 조언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목회자 등 신앙 선배가 있다면 지속성과 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