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처음 듣는 얘기”라고 말했다. 곧이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에게 “우리 국민이 잡혀 있다는 게 맞느냐, 언제 어떤 경위냐”고 되물었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는 걸 대통령이 모르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그런 사실이 믿기지 않다는 듯 질문에 당황하는 대통령과 참모에게 되묻는 장면이 지금 유튜브 등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북한은 2013년~2016년 우리 국민 6명을 간첩죄 등으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다.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씨와 탈북민 출신 3명이다. 이는 외교안보에 밝은 이들만 아는 게 아니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이 억류하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하자 국내에서 왜 우리 국민은 못 데려오느냐는 비판이 거셌고 이후 정부가 여러 경로로 석방을 촉구해 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석방을 요청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비영리단체 주최로 뉴욕에서 석방 촉구 행사도 열렸고 조태열 당시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국내의 석방 촉구 행사에서 “우리 국민들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었다.
언론에 숱하게 보도되고 국제사회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국민 안전 관련 사안을 대통령이 놓치고 있는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지난 6개월간 대통령실에서 이 사안을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거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어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은 일주일 전 국가정보원에서 업무보고를 받기도 했는데, 거기에서도 언급이 없었으면 더더욱 문제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어제야 6명 억류 사실을 확인하는 자료를 내고 조속히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국민 안전 문제만큼 정부가 중요하게 챙길 일이 또 어디에 있는가. 일본의 경우 총리와 각료들이 북한에 억류된 일본인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뜻으로 늘 옷깃에 파란색 리본을 달고 다니고 있다.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 관계에서 우선순위가 뭔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뭔지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특히 장기 억류자 문제는 인권 문제이기도 해 자체적 노력은 물론 국제사회와도 연계해 끊임없이 귀환을 촉구해야 한다. 아울러 현 정부가 그간 너무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다른 국정 분야에서라도 중요한 일인데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이전 정부의 일이라고 묵혀두거나 등한시한 게 없는지 총체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