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화율 5% 신도시에 세워진 ‘납득 가능한 교회’

입력 2025-12-08 03:04
전혁 사송영락교회 목사가 최근 경남 양산 교회 예배당에서 자신의 목회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송영락교회 제공

복음화율이 국내 최하위권인 경남 양산의 신도시. 올 상반기 기준 2만2000여명이 사는 사송신도시의 복음화율은 5% 안팎이다. 더욱이 이 지역에서 가장 넓고 접근성이 뛰어난 종교 부지는 이단이 차지하고 있다. 신축 아파트 주민 단톡방에 이단 포교 활동을 주의하란 안내가 올라올 정도다. 그런 사송에 지난 2월 한 교회가 문을 열었다. 사송영락교회(전혁 목사)이다.

사송영락교회는 서울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창립 80주년 기념사업의 첫 열매다. 영락교회가 건물부터 기자재를 비롯해 모든 행정 절차를 준비했고, 양산중앙교회(정지훈 목사)가 종교 부지를 제공했다. 양산중앙교회는 1957년 부산영락교회 남선교회가 개척한 교회다. 영락교회는 1951년 6·25전쟁 피난길에 부산영락교회를 세웠다.

13명으로 시작된 사송영락교회는 개척 5개월 만에 200여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혁(45) 목사는 “영락교회와 양산중앙교회가 수년간 기도한 열매가 지금의 사송영락교회”라며 “다른 목회자가 담임으로 왔어도 교회는 자리를 잘 잡았을 것”이라고 했다. 질문을 바꿔 “다른 교회와 다른 특징은 무엇인지” 묻자 전 목사는 두 가지를 꼽았다. 성도들이 ‘납득 가능한 교회’와 ‘몰입할 수 있는 예배’이다.

모든 사역은 신청제

사송영락교회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신청제’다. 설거지 봉사, 예배당 청소, 주차장 청소, 낙엽 정리까지 모든 봉사가 신청제로 운영된다. 수요일 성경공부도 신청자만 참여한다. 성가대나 찬양팀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인원을 정해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전 목사의 말이다.

“납득 가능한 교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때가 돼서 받는 직분, 강요받는 봉사, 어쩔 수 없이 하는 섬김. 성도들이 느낄만한 이런 부담을 덜고 싶었습니다. 기쁨으로 해야 할 사역을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신청제를 둘러싼 우려도 있었다. 특정 성도에게 봉사 부담이 몰리거나 아무도 신청하지 않으면 사역에 공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 목사는 청년부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자발성이 양날의 검이란 걸 이미 경험했다고 말했다. “자발적인 건 속도가 더뎌요. 하지만 임계점을 지나면 교회가 굉장히 건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억지로 시키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때 오는 역동성이 훨씬 강하거든요.”

전 목사도 매주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 봉사에 참여한다. 봉사에 나설 땐 와이셔츠 대신 티셔츠로 차림으로 현장에 먼저 도착해 성도들을 기다린다. 그는 “담임목사도 교회 공동체를 지어가는 한 명의 교인”이라며 “섬김은 누군가만 맡는 직책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활동”이라고 말했다.

청·장년 함께하는 주일예배

성도 10명 중 8명 이상이 20~40대이지만, 사송영락교회엔 청년부 예배가 따로 없다. 주일 오전 11시30분에 드리는 대예배는 청년과 장년이 함께 드린다. 예람워십 대표 사역을 하며 미국과 호주 등 해외 교회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엘리베이션교회나 힐송교회 같은 곳을 보니 예배드릴 때 세대를 제한하지 않더라고요. 저 역시 특정 세대를 타겟팅한 예배를 드리고 싶진 않았어요.”

청장년이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예배를 위해 전 목사는 예배의 핵심 요소들을 가다듬었다. 찬양 시간엔 찬송가를 50% 이상 포함시키되, 젊은 세대가 부를 수 있도록 편곡했다. 예배 찬양은 3~6개월 치를 미리 준비해 성도들에게 공유한다.

설교에도 공을 들인다. 전 목사는 “설교가 추상적이거나 비약이 심하면 현대인들은 집중하지 못한다”며 “본문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풀어내고 성경의 흐름을 알려줄 수 있도록 설교 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좋은 교회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예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부목사 같은 담임목사

전 목사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담임목사’라고 설명했다. 담임목사가 된 뒤에도 부교역자의 열정을 잃지 않고 사역 현장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부교역자 시절보다 바빠지긴 했지만 지치진 않는다”며 “담임목사가 되고 나니 성도 한 명 한 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전 목사는 담임 사역과 함께 예람워십 대표 사역도 병행하고 있다. 7일 기준 유튜브 구독자 37만여명을 보유한 예람워십은 2018년 구성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찬양팀이다. ‘주님의 시선’ ‘혼자 걷지 않을 거예요’ 등은 유튜브에서 각각 800만회와 50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전 목사는 “부교역자 시절 사역이 끝난 오후 6시부터 새벽까지 예람워십 사역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훈련이었던 것 같다”며 “교회 사역과 찬양팀 사역을 나눠 밤낮으로 살아온 여정이 지금은 근력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담임목사가 됐지만,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며 “부교역자의 열정과 담임목사의 책임감을 잃지 않고 목회자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