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납치한 우크라이나 어린이 중 최소 2명이 북한으로 강제 이송돼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역인권센터 변호사 카테리나 라셰브스카는 미국 워싱턴DC 상원에 출석해 “러시아군이 점령한 도네츠크 지역 출신 12세 미샤와 크림반도 심페로폴 출신 16세 리자가 집에서 9000㎞ 떨어진 북한 송도원 수용소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라셰브스카는 아이들이 북한에서 ‘일본 군국주의자들을 말살하라’는 교육을 받았고, 1968년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에 가담했던 북한군 출신 인사도 만났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점령지에서 최소 1만9546명의 어린이를 납치해 러시아 등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들 중 일부가 북한으로 이송됐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납치된 아이들 중 수천명은 러시아 가정에 입양됐고, 가족이 러시아군에게 살해된 고아들은 수용소에서 군사화 재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셰브스카는 “우크라이나 아동들이 군사화되는 재교육 수용소 165곳을 확인했다”며 “수용소는 점령지,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일각에선 납치된 아이들 숫자가 최대 30만명 수준으로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일 납치된 아동 중 돌아온 아이는 현재까지 1859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가정에 입양된 아동의 출생증명서와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동 납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3년 아동 강제이주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는 어린이들을 안전 문제 때문에 이주시킨 것이라며 납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