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생명보다 귀한 사명

입력 2025-12-08 03:03

예수님은 “온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라고 물으셨습니다. 이에 사도 바울은 “주님이 부탁하신 일, 곧 사명을 위해 생명을 조금도 아끼지 않는다”고 고백했습니다. 성경은 사명을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우리에게 말씀합니다.

이 사명을 붙들고 있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사명이 끝나기 전에는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가지 않으신다는 확신으로 개척부터 지금까지 늘 사명을 택하려는 태도로 싸워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될수록 하나님 나라와 뜻이 우리 목숨을 넘어서는 가장 귀한 가치임을 깊이 느끼게 됩니다. 개척한 지 19년 차. 저는 생명보다 귀한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싸움을 해왔고 그 결과 사명은 세 가지로 요약됐습니다.

첫째 한 영혼을 위한 눈물입니다. 평생을 걸어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회심과 인생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내 인생을 그 한 사람을 돕는 일에 바치는 것입니다. 숫자가 아닌 한 영혼의 구원에 집중하는 헌신입니다.

둘째 충성스러운 제자 한 사람입니다. 주님이 부탁한 제자 한 명을 세우는 일입니다. 한 제자가 서면 그는 살아가는 날 동안 만나는 수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다음세대를 세울 것입니다. 이는 수천 번의 설교보다 더 값진 열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셋째 건강한 공동체를 세우는 것입니다. 수십 년간 일대일로 씨름하며 제자를 세워가다 보니, 같은 마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예닮교회라는 공동체가 세워지고 깊어졌습니다. 같은 마음, 같은 뜻, 같은 생각으로 살아가는 위대한 공동체의 감격이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주님은 아픈 시험을 주셨습니다. 아내에게 생존율이 거의 없는 희귀암이 발병한 것입니다. 한동안 기도한 후 ‘생명보다 귀한 사명’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며 아내의 상황을 성도들에게 알렸습니다.

“앞으로 사모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아직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주를 위해 일할 기회를 더 줍시다. 교회의 일들을 사모에게 더 몰아주고 더 수고하고 땀 흘리도록 합시다. 혹 하늘나라에서 상이 있다면 주를 위해 죽기까지 충성할 기회를 주는 것이 진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설교에 두 아들과 저, 성도들 모두 울었습니다. 아내는 발병 이후에도 교회 일을 조금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하자고 하며 밤새 울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놀랍게도 암은 극적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암은 재발했고 현재 5년째 암과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년간 이어진 싸움 속에서 저는 어느 날 아내에게 ‘오늘은 쉬자’고 말하는 약해진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린 날부터 순교를 각오하고 내 목숨, 피 한 방울까지 주를 위해 살겠다고 했던 모든 결심과 각오가, 오랜 아내의 병 앞에서 무너지는 제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사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했던 그 고백 앞에서, 저는 눈물로 기도할 뿐입니다.

“주님, 사명을 위해 산다 했으나 아내의 목숨보다, 자녀의 생명보다, 진심을 다하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옵소서. 남은 시간, 아내의 목숨값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으며 주를 위하여 살겠사오니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 앞으로 주어진 아내의 시간과 또 저의 시간에 긍휼을 베푸셔서 마지막까지 생명보다 사명을 귀히 여기며 살 수 있도록 축복해 주옵소서.”

고대경 목사 (예닮교회)

◇고대경 목사는 한 영혼을 구원하여 제자삼는 것을 목표로 온 교인을 일대일로 양육하며 진정한 회심과 제자로 설 수 있도록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