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별이 빛나는 성탄트리

입력 2025-12-06 00:31

곳곳에 성탄트리가 세워지고 불이 밝혀지고 있다. 거리의 성탄트리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강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선사한다. 며칠 전 퇴근길 동네 아파트 입구에서 예년에 보이지 않던 성탄트리를 발견했다. 원래 심어진 나무에 오너먼트와 작은 전구를 장식했는데 반짝거리는 빛들이 주위를 환히 비췄다. 집에 들어가기 전 한동안 성탄트리를 바라보며 ‘빛멍’을 즐겼다.

성탄트리는 크기와 상관없이 그 자태와 광채만으로도 온기와 평온함을 만든다. 특히 성탄트리 꼭대기에 달린 별을 볼 때면 ‘별멍’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2000년 전 별을 바라보며 유대 땅 베들레헴을 향해 여행을 시작했던 동방의 박사들도 그랬을까. 밤에 양떼를 지키다 들판에 누웠던 목자들 역시 유독 밝게 빛나던 별을 지켜봤을 것이다. 목자들에게 나타난 천사는 다윗의 동네에 구주가 나셨다고,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이라고 선포했다. 경건한 유대인이었던 시므온은 유대인의 정결일에 성전을 찾은 아기 예수를 자기 팔로 안고 ‘이방을 비추는 빛’이라고 찬송했다(눅 2:32). 사도 요한이 전한 복음서는 예수를 빛이라 명명한다.

그러니 성탄트리의 핵심이자 정점은 빛을 상징하는 별이다. 전통적으로 성탄트리 맨 위를 장식한 별은 베들레헴의 별을 나타낸다. 지금도 성지순례의 필수 코스 중 한 곳은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교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 교회는 2세기부터 예수의 탄생지로 인정된 유적이다. 339년 처음으로 교회가 건축되었고 6세기 화재가 발생한 뒤 다시 그 위에 건물을 지었다.

예수탄생교회의 하이라이트는 내부 제단 아래에 있는 탄생 동굴 바닥의 별이다. 별은 예수가 태어난 장소를 표시하고 있다. 별은 14개의 뾰족한 광선 모양을 가진 은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중앙에 둥근 구멍이 뚫려 있어 순례자들은 그 아래에 있는 예수 탄생 장소에 손을 넣어 만져볼 수 있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동방박사들이 경배한 것처럼 이곳을 방문해 평화와 희망을 기원한다.

이 별엔 라틴어로 ‘여기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하셨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14개 광선은 마태복음에 언급된 베들레헴의 별을 상징하는 동시에 예수의 족보에서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대, 다윗부터 바벨론 포로까지 14대, 그리고 포로기 이후부터 그리스도까지 14대로 이어지는 3개의 14대 족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성탄절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지만 그 탄생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류 구원을 위한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에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기독교계에서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성탄트리에 별 대신 십자가를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교회 일부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상업적인 축제나 휴일로 그치는 것을 경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진정한 탄생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십자가를 트리 위에 설치한다. 실제로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성탄트리는 별 대신 십자가를 사용한다.

이를 두고 종교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종종 제기돼 왔다. 공공장소에 특정 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설치하는 것이 종교 편향이나 차별적인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어차피 성탄절은 온 세상이 다 아는 날이기에 굳이 성탄트리에 십자가를 설치했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다만 십자가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성탄트리 꼭대기엔 반드시 십자가를 장식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이것이 기독교 교리와 맞는다고 주장한다면 이 또한 억지 주장이다. 그것은 지나침을 넘어 십자가 숭배에 가깝다. 기독교인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십자가 그 자체가 아니라 십자가 정신이다.

예수 탄생을 고지받은 것은 당대의 사회적 약자들이었다. 들판의 무명 목동이었고 이교도 점성술사였다. 별이 빛나는 성탄트리가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더 많이 비치기를 바란다.

신상목 종교국 부국장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