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로 완성도 높였죠”… 글로벌 흥행 뒤 한국인 스태프들

입력 2025-12-06 00:07

9년 만에 돌아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2’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편보다 다양해진 배경과 확장된 볼거리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애니메이팅 작업에만 무려 700여명에 달하는 디즈니 제작진이 참여했는데, 그중에는 한국인 베테랑 스태프들도 포함돼 있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2007년부터 근무하며 ‘겨울왕국’ ‘모아나’ ‘주먹왕 랄프’ 등에 참여한 이현민·최영재 애니메이터와 2017년 합류해 ‘겨울왕국2’ ‘엔칸토’ ‘위시’ 등의 배경 작업을 담당한 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에 거주 중인 세 사람은 지난 2일 화상으로 국내 취재진을 만나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아 더욱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주토피아 2’에 참여한 한국인 스태프들이 화상으로 한국 언론과 만났다. 왼쪽부터 이숙희 세트 익스텐션 슈퍼바이저, 이현민·최영재 애니메이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인공인 토끼 경찰관 주디 캐릭터를 담당한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영화 속 시간으로는 1편에서 일주일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가 2편에 담겼지만 1편 작업을 시작한 건 무려 10년 전이었다”며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미 친숙해진 캐릭터들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스토리를 관객이 더 깊숙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주디와 그의 수사 파트너인 여우 닉을 애니메이팅하면서 두 캐릭터의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잘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람처럼 말하고 두 발로 걷고 옷도 입는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동물적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 완벽한 구현을 위해 끊임없이 장면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주토피아 2’ 속 장면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주토피아 2’는 주디와 닉이 동물의 낙원 주토피아 건설 100년 만에 처음 등장한 파충류 뱀 게리(키 호이 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게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반수생 동물들이 살아가는 습지 마켓, 5만 마리 이상이 축제를 벌이는 사막, 눈으로 뒤덮인 툰드라 타운 등 다양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1편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화려한 배경을 감독이 원했다”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며 신경 쓴 부분은, 그 장소가 여전히 주토피아 도시에 속해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각 배경 너머로 주토피아를 상징하는 높은 건물들이 멀리 보이도록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에서의 ‘N차 관람’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한 반복 시청 경향이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해 작업은 한층 더 세밀해졌다.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요즘은 관객들이 매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세세하게 반복해 볼 수 있어서 100번을 돌려 봐도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디테일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20년 가까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이들은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숙희 슈퍼바이저는 “업계에 한국인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들의 활약을 보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는 “주변에서 하도 얘기를 많이 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봤는데 정말 잘 만들었더라. 너무 재미있어서 두 번 봤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주토피아 3’에 대한 기대감도 전했다. 2편 말미에 후속편을 암시하는 이스터에그가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이현민 애니메이터는 “2편을 통해 캐릭터들과 재회하면서 마치 친한 친구나 가족을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언젠가 또 작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무척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영재 애니메이터 역시 “3편이 제작된다면 주디와 닉의 또 다른 케미를 보여주고 싶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며 미소 지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