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에서 쓴 삶의 의지와 갈망

입력 2025-12-05 00:09

일본 전통시 단카(短歌)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어려서부터 ‘죽고 싶다’는 자살성 사고(suicidal ideation)를 안고 살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섭식 장애와 자폐 스펙트럼 등이 그를 거쳐 갔거나 지금도 고통을 주는 병명이다. 저자는 글을 쓰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1부는 담담하게 병과 함께한 삶을 기록하고, 2부는 논픽션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면의 고통을 탐구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정원에 묻은 것’은 저자의 과거이자 자기 자신이다. 저자는 “내가 묻어버린 (묻지 않을 수 없었던) 진정한 나를 직접 파내어 다시 바라보는 일은 앞으로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사람들이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은 단순한 ‘투병기’도, ‘회복기’도 아니다. 책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삶에 대한 의지와 갈망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당신으로 있는 것을 즐기고, 기뻐하고, 미래를 기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는 것’이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