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원인 설명을 위해 4~5일로 예정됐던 공청회가 또다시 무산되며 향후 조사 결과 발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사고 1주년을 앞뒀지만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독립성에 대한 유족의 의구심이 여전한 데다 조사 결과 발표 방식 등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3일 “사조위는 올해 일련의 설명회와 공청회 추진 과정에서 조사 독립성을 앞세워 ‘절차 오염’ 논리를 반복했고, 이 과정이 유족들의 불신을 키웠다”고 밝혔다. 유족들이 조사에 참여하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사 전반에서 배제되면서 핵심 정보를 사조위 설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반면 사조위는 유족 배제에 대해 “사고 조사는 법에 따라 장관도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 조사 과정에서 특정 이해당사자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올해 사조위가 추진한 사고 경위 설명회와 공청회는 모두 세 차례였다. 이 중 지난 7월 유가족을 대상으로 열린 엔진 분해·현장 조사 결과 설명회에서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조위가 핵심 조사자료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은 채 “조종사가 특정 버튼을 눌렀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를 덧붙였다는 것이 유족 측 주장이다.
지난 9월 국회 설명회에서도 양측의 거리는 좁혀지지 못했다. 사조위는 7월 설명회에서 조사 용역보고서를 8월에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9월 국회 설명회에선 ‘새로운 변수가 발견돼 시뮬레이션을 다시 돌리고 있다’며 보고서 공개를 미뤘다. 황 변호사는 “용역을 편의적으로 운용한다는 유족들의 의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조위는 확정되지 않은 결과를 서둘러 공개하는 것은 조사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입장이다.
이달 초로 예정됐던 공청회는 사조위가 유족에게 ‘공청회에서 발언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데다 공청회 구성도 사조위가 직접 섭외한 인사들 중심으로 꾸려져 사실상 ‘내부 발표회’에 가까웠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유족들은 사조위가 국토부 영향 아래 핵심 정보를 독점·관리해 왔다며 독립성 확보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사조위는 향후 절차를 위원회 차원에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로 인해 조사 결과 발표도 당분간 힘들어졌다. 사조위 관계자는 “절차를 다시 검토하는 만큼 일정 조정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