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주식 팔고, 계정 中서 팔려도… “사태와 무관” 선 그은 쿠팡

입력 2025-12-04 03:08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한국소비자연맹 등이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분쟁조정 신청 돌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쿠팡을 규탄하며 자율분쟁조정위원회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기 위해 참여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쿠팡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면서 종이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에서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직후 전현직 임원이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한국인 쿠팡 계정이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쿠팡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두 사건은 전혀 관계 없다는 입장이다.

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Inc 주식 7만5350주를 주당 약 29달러에 매도했다고 SEC에 신고했다. 매도 가액은 약 218만6000달러(약 32억원)에 달했다. 검색 및 추천 총괄 기술 임원이었던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했고, 매각 가치는 77만2000달러(약 11억3000만원)로 신고했다.

이들이 주식을 매도한 시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의 계정 정보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6일이고, 쿠팡이 무단 접근을 인지했다고 밝힌 시점은 같은 달 18일이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두 사람이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고위 임원으로서 알 수 있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쿠팡은 두 임원의 주식 매도 결정은 개인정보 사태와 무관한 시점에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세금을 납부할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이미 계획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아난드 CFO의 주식 매각은 지난해 12월 8일 도입된 거래 계획(Rule 10b5-1)에 따라 확정됐고, 세금 납부 목적이라고 SEC 공시에 기재됐다”고 밝혔다. SEC에 제출된 쿠팡의 ‘수시 보고서’에 따르면 콜라리 전 부사장은 지난 10월 15일 쿠팡에 사임 의사를 밝혔고 지난달 14일부로 퇴사했다.

한국인의 쿠팡 계정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국 쿠팡 계정이 중국 타오바오몰에서 23~183위안(약 5000~4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사례를 제시하며 “로그인이 가능한 계정이 거래되는 수준이라면 로그인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쿠팡은 계정 거래 사건과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이번 정보망 침해 방식은 회사 계정이나 시스템 로그인 정보를 사용한 게 아니다. 퇴직자가 쿠팡 서비스 이용자인 것처럼 접속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해명에도 비판 여론은 확산하는 중이다. 두 사건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성난 민심을 달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교롭게 시점이 일정 부분 겹쳤다면 선제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을 해야 했다는 의견이 적잖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입장에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단순히 해명을 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국민을 이해시키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