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는 최근 수년 사이 신선 농산물 물가 상승 원인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폭우·폭염·폭설 등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는 작황을 끌어내리고 물가를 밀어 올린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일이 먹거리 물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에선 가장 큰 도전 과제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만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해법으로 스마트화·신품종·비축을 꼽았다. 송 장관은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장비들에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지풀 사과 같은 기후 대응 신품종을 만들고 선제적으로 비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물가 상승 압박 해소를 위해 사과 검역 등 비관세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엔 ‘어불성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소고기 시장을 개방했다고 소고기가 싸진 게 아니다”며 “국산과 수입산 ‘이중 시장’이 형성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 때문에 수입산 가격이 상승하며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가 1년 전보다 5.6% 오른 점도 수입이 능사가 아니라는 그의 말에 힘을 싣는다. 그는 한·미 통상·안보 협상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에 기재된 검역 완화 부분에 대해선 “검역 단계를 줄이는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내년부터 10개 군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해선 “이 정도 규모 있게 한 적도 없고 성공 사례도 없지만, 농촌소멸 문제가 심각한 만큼 시범적으로 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만난 사람=권기석 경제부장
-쌀값이 너무 비싸다.
“쌀값은 보통 수확 시기인 10월 초에 오른 뒤 점점 내려가 햅쌀 나오기 직전인 7~9월에 소폭 오른다. 그런데 올해는 특이하게 10월 초에 가을장마가 열흘 넘게 이어져 수확기가 늦어졌다. 그럼에도 10월 초 20㎏ 6만8000원에서 6만2000원대로 내려왔다. 과거보다 느릴 뿐이지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실 쌀값은 물가상승률 전반과 비교해 굉장히 낮았다. 생산자 입장에선 제값을 찾은 것으로 생각한다. 생산·소비자 양쪽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관리할 생각이다.”
-요즘 물가 기사를 보도하다 보면 ‘비 때문’ 얘기가 많다. 기후변화 대응책이 필요해 보인다.
“한 축은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장비로 스마트화하는 거다. 또 하나는 이지풀 사과 만들 듯이 기후대응 신품종 만들어야 한다. 비축하는 것도 한 축이다. 더워서 기대하기 힘든 고랭지배추 대신 봄배추를 늘리고 몇 달 저장했다가 먹는 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스마트화하는 부분은 투자가 필요하다. 고랭지배추 같은 경우 햇빛을 반사하고 수분을 보호해 온도를 4도 낮추는 흑백필름이 유용하다. 하지만 3배 넘게 비싸다. 스마트팜처럼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부분 투자가 필요하다.”
-농산물 시장 개방을 대안으로 꼽는 이들이 있다.
“잘 모르는 말씀이다. 소고기를 수입했더니 소고기가 싸졌나. 여전히 한우는 비싸다고 한다. 당근도 그렇다. 수입 엄청나게 하는데 비싸다고 한다. 이유는 비싼 국산과 수입산 간 ‘이중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국산 수요가 있는데 가격 떨어뜨리려고 수입한다는 건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또 하나는 (농산물 수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그런 보고서가 한국인 식생활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간 경험을 보면 수입으로 (물가가) 해결되지 않는다.”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농산물 비관세장벽 완화 얘기가 있다.
“가령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는 산업통상부가 제도를 두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이 관련 있다. 그래서 같은 자료를 각자 요구한다. 미국 입장에선 절차가 너무 복잡하니 창구를 일원화해달라는 뜻이다. ‘US데스크’ 설치 내용이 있는데 이건 사과 등 원예작물이 대상이다. 그동안 검역 관련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용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소통 원활해지면 미국산 사과가 수입될까.
“알 수 없다. 8단계 검역 절차의 협상은 우리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병해충 목록 요구하고 제거 방법을 서로 묻고 하는 식으로 쌍방이 소통해야 하는 거다. 보통 검역 협상에 8.2년이 걸리는데 가장 빠른 게 중국산 체리로 3.9년이었다. 미국이 소통을 잘하면 된다. 덧붙이면 쌀과 소고기는 전혀 얘기된 바 없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농축산식품 수출은 어떤 상황인가.
“올해 105억 달러 목표로 했고, 지난 10월 말 집계 보니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성장해 올해는 이대로 가면 된다. 내년 목표는 110억 달러로 잡았다. 2030년까지 15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문화 콘텐츠 영향이 (수출 증대에) 크게 작용했다. 내년에는 재외공관이 수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거점 재외공관을 지정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30곳 지정해 그 사회 오피니언 리더들이 식품 홍보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내년에 ‘농어촌기본소득’이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장관 취임 전 ‘농촌 유토피아’란 책 쓴 적 있다. 거기서 (기본소득을) 언급했는데 아직 해외도 성공 사례는 없다. 성공을 뭐로 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 규모도 처음이다. 하지만 농촌 소멸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살 만한 여건이 되도록 지역화폐를 나눠줘 소비 여력 만들고 상권 다시 생기는 식으로 소멸을 극복하자는 취지다. 어려운 지역에서 한번 해 볼 수 있다.”
정리=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