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계엄 1주년을 맞아 ‘계엄 사과’를 두고 분열하는 양상이다. 장동혁 대표는 사과 없이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강경 대열에 섰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와 별개로 의원 25명은 계엄에 대한 사죄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단절하겠다”고 천명했다. 개별 의원들의 릴레이 사과까지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과거와의 절연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다.
장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이한 3일 페이스북에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정치를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4번 타자 없는 구단이 운동장만 넓혀서는 우승을 할 수 없다.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애국심을 갖춘 보수정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사과문을 읽었다. 그는 “의원 107명을 대표해 지난 1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엄숙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의원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계엄 1주년을 앞두고 의원 입장을 폭넓게 수렴해 왔던 원내지도부는 ‘사과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톱 간 이견이 노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두 사람이 충분한 소통을 했다”며 의도한 ‘투트랙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개별 의원의 사죄 릴레이도 이어졌다. 재선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을 주축으로 한 의원 25명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권영세 의원 등도 “계엄을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은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면 대표의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며 장 대표를 직격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그날 밤 우리 국민의힘의 공식 결단과 행동은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일지라도 앞장서서 막고 단호하게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