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계엄 사과’ 거부하자… “국민께 참회” 의원들은 사죄 릴레이

입력 2025-12-04 02:05
국민의힘 이성권, 김용태 등 의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계엄 1주년을 맞아 ‘계엄 사과’를 두고 분열하는 양상이다. 장동혁 대표는 사과 없이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강경 대열에 섰지만, 송언석 원내대표는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와 별개로 의원 25명은 계엄에 대한 사죄에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단절하겠다”고 천명했다. 개별 의원들의 릴레이 사과까지 터져 나오면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과거와의 절연을 둘러싼 내홍에 휩싸였다.

장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이한 3일 페이스북에 “계엄에 이은 탄핵은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던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정치를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4번 타자 없는 구단이 운동장만 넓혀서는 우승을 할 수 없다.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애국심을 갖춘 보수정치의 4번 타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사과문을 읽었다. 그는 “의원 107명을 대표해 지난 1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엄숙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의원 모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계엄 1주년을 앞두고 의원 입장을 폭넓게 수렴해 왔던 원내지도부는 ‘사과는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톱 간 이견이 노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 당 지도부는 “두 사람이 충분한 소통을 했다”며 의도한 ‘투트랙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개별 의원의 사죄 릴레이도 이어졌다. 재선 공부모임 ‘대안과 책임’을 주축으로 한 의원 25명은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계엄을 주도한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권영세 의원 등도 “계엄을 막지 못한 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김재섭 의원은 “당을 폐허로 만든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면 대표의 자격도, 국민의힘의 미래도 없다”며 장 대표를 직격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미리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그날 밤 우리 국민의힘의 공식 결단과 행동은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한 비상계엄일지라도 앞장서서 막고 단호하게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것’이었음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