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북한을 도발해 계엄 선포 명분을 얻으려고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에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북한에)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소위 ‘종북몰이’나 정치적 이념 대결의 소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 차마 말을 못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북한에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떻게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런 질문을 하는지 모르겠다. 속을 들켰나 싶은 생각도 든다”면서 한 답변이다. 그러면서도 논란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한 듯 “그냥 이 정도로 답변을 끝내겠다”며 말을 줄였다.
이 대통령은 북·미 대화 재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축소나 연기, 중단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상황이란 언제나 변하는 것이므로 언제든지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우리가 객관적 상황을 최대한 조성해 나가겠다”며 “한·미 연합훈련 문제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과 미국 간 대화 여건 조성에 필요하다면, 또 미국이 전략적 레버리지가 필요하다면 그런 문제도 충분히 논의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해줘야 미국도 북한과 협상 또는 대화의 문을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유화책’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과 북한의 상태는 바늘구멍조차 없는 상태”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북방송·단파방송 중단이나 오해될 수 있는 군사적 행동 최소화 등 일방적으로 유화적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도 ‘국익 중심 실용외교’ 기조를 이어갈 뜻을 재확인했다. 우선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와 양국 간 협력을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사업하는 동업자 간에 한 사람이 돈을 떼먹었다고 해서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는 없는 것이다. 떼먹은 것은 떼먹은 문제대로 해결하면서 협력할 수 있는 것은 협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한·일 관계도 그렇다. 아주 가까운 이웃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독도 문제의 경우 독도가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인 만큼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척하는 게 최고일 수 있지만, 여기에도 감정적 요소가 섞여 들어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도 내비쳤다.
중국에 대해서는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고 양쪽을 나누기도 어려운 상황 돼가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경제적·역사적·사회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안정을 위한 안보 협력도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른 시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광범위하게 논의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최근 불거진 중·일 간 갈등에 대해서는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한쪽 편을 든다면 갈등이 더 격해질 것”이라며 “중재나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