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대상 확대… 맞춤형 지원도 강화”

입력 2025-12-03 19:04 수정 2025-12-04 00:17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차관은 “희망디딤돌 사업이 오래 지속되면서 쌓이는 노하우를 정부에 공유하면 정부가 제도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은 지난 7월부터 국민일보와 삼성이 공동 기획한 ‘자립준비청년에 희망디딤돌을’ 캠페인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30년 가까이 복지부에 몸담은 이 차관은 복지 현안에 있어선 자타 공인 베테랑이다. 희망디딤돌 자문위원도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자립준비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터뷰에 임한 이 차관은 최근 공동생활가정에서 만난 아이들의 얘기를 꺼내며 “좀 더 맞춤형으로 도움을 줄 필요가 있겠다”는 고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원하는 자립준비청년의 대상을 확대하고 이들에게 자금뿐 아니라 교육, 취업, 인식 개선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희망디딤돌 캠페인의 자문위원으로서 소회를 밝히자면.

“차관 된 지 얼마 안 돼 디딤돌가족 3기 발대식 행사를 갔다. 나도 청년 정책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언론사에 기업, 자문위원들까지 여러 분들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청년 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지 많은 통찰을 받은 경험이었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어떤 멘토가 필요할까.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언제든 만나 얘기할 수 있는 안정적인 멘토가 필요하다. 특히 자립을 준비하는 만큼 취업이나 꿈을 이루는 데 있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가 필요하다. 삼성희망디딤돌 2.0은 일 경험의 제공처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삼성 임직원들이 멘토를 하시지 않나. 멘토링은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게 제일 크다. 이런 분들이 하는 말은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크게 와닿을 것 같다.”

-자립준비청년과 관련한 에피소드 등이 있는지.

“추석 때 집에 들어온 선물을 주변에 나누고자 인근 공동생활가정 두 군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만난 한 친구가 ‘저 전교 1등이에요’ 그러더라.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원장님이 학원 같은 것 좀 보내주고 싶은데 고민이라고 하셨다. 나도 고민을 해봤는데 나라에서 사교육비를 주는 건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하려면 다른 쪽에 역량 있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기업에서 장학금을 준다든지 학원에서 동영상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든지 각자의 비즈니스 모델 안에서 약간만 도와주면 가능하다. 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자신들이 강점 있는 부분에서 역할을 찾아줬으면 좋겠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추가적인 지원을 강구하는 게 있나.

“자신이 지원 대상에 해당하는지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 안내를 좀 더 활성화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는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 등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여건상 자립을 준비하는 게 어렵지 않나. 이 친구들이 아동복지시설 등에 없다는 이유로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기초생활수급자를 분류하는 기준이 있으니 선제적으로 발굴하려고 한다.”

-월 50만원씩 5년가량 지급하는 자립수당은 충분할까.

“금액도 올리고 지급 기간도 늘리고 싶은데 재정 당국의 입장도 있어서 늘 아쉽다. 정부 지원 확대 속도가 느릴 수 있으니 다른 부분에서 자원 동원이 가능한 것들을 보태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요즘에는 일 경험이 제일 필요해 보인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인턴십 등을 통해 일 근육을 키워주고, 자신이 원하는 걸 발견하고, 일 경험이 있으니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도 채용하기 수월하고, 이런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자립준비청년의 취업 직종이 판매직, 단순 노무직 등에 쏠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청년들의 일 역량을 키워 취업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초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한 거다. 이 부분은 정부 혼자 해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기업의 사회공헌 형식으로 해보려 한다. 예를 들면 기업이 특정 조건을 요하는 인턴십 자리를 마련하면 자립준비청년이 이를 맞출 수 있도록 관련 분야 자격증 취득이나 교육 등을 우리가 지원하는 것이다. 일반 청년들도 인턴을 찾기 매우 어려운데 그래도 이 청년들은 부모가 챙겨주지 않나. 자립준비청년은 그렇지 않으니 우리가 부모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인 게 드러날까봐 지원받길 꺼리기도 하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직원들과 회의할 때 자립준비청년 지원 시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본다. 요즘 애플리케이션 많이들 보지 않나. 그런 플랫폼을 만들어 놓으면 자신이 필요한 것들을 다운받아 볼 수 있게 한다든지 그런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뭐가 있을까.

“쉽지 않은 문제다. 일단 자립준비청년이라든지 영케어러 이런 딱지를 붙이는 것 자체를 안 했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부모가 모두 있는 것만이 정상 가족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이런 걸 한번 극복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앞으로 캠페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언한다면.

“오래 했으면 좋겠다. 정부 정책이란 건 중간에 없어지거나 하지 않는데 기업의 지원은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삼성희망디딤돌 사업은 주거 지원을 하던 1.0에서 취업을 돕는 2.0으로 발전할 만큼 지속돼 다행이다. 사업을 오래 하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가 쌓인다. 반대로 사업이 금방 끝나면 평가를 하기도, 더 발전할 방안을 찾기도 어렵다. 희망디딤돌 사업이 오래 지속되면서 쌓이는 노하우를 정부에 공유하면 정부가 제도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서로 시너지를 내길 바란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