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트럼피즘의 지속과 선진국 재정위기, 인공지능(AI)의 영향력 확대를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내놓은 ‘2026년 세계 대전망’에서 “분열된 미국이 건국 25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에 국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놓고 극단적으로 엇갈린 주장을 쏟아낼 것”이라며 “미국의 미래에 대한 판결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가려진다”고 짚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트롱맨 행보’는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하원을 장악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압적 통치와 관세 부과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지지만, 올해 세계를 강타한 트럼피즘은 정권 심판을 받아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대전망을 펴낸 톰 스탠디지 편집장은 “2025년 국제 정세를 좌우한 최대 요인은 트럼프였다. (이런 흐름은) 그가 백악관에 머무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피즘의 확산에 따른 국제 질서의 혼란도 내년에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수십년간 이어진 규범과 제도가 트럼프에 의해 극적으로 무너졌다. 새로운 국제 질서의 윤곽이 2026년에는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트럼프식 거래주의로 국제 질서는 표류하며 쇠퇴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를 얻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평가했다.
선진국들의 방만한 재정 운영도 위기의 뇌관으로 지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와 일본 같은 주요 경제국에서 (확장적 재정 정책에 따른) 급격한 채권 매도가 발생할 경우 세계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특히 미국에서 채권시장이 붕괴되면 지각변동 수준의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처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가 많은 유럽에선 재정 긴축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극우 확산을 촉발할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2026년에도 AI의 경제·사회적 영향력이 크게 주목받을 전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에서 AI 도입 속도를 높이면 대학 졸업자의 일자리를 잠식할 우려도 커질 것”이라며 “AI 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는 미국 경제의 취약성을 감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AI 열풍이 잦아들면 미국 가계에서 수조 달러의 자산이 증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내년에 성능이 개선되고 가격은 저렴해진 비만치료제가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가능성을 제시했고,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약물을 허용하는 스포츠 대회인 인핸스드 게임즈(Enhanced Games)가 처음 열리면 스포츠의 가치에 대한 논쟁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내년 선진국 재정위기 가능성… 프랑스 등 부채비율 100% 초과”
입력 2025-12-04 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