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돌본 경험 바탕 교회와 사회 가교 역할할 것”

입력 2025-12-04 03:05
박승렬 NCCK 신임 총무가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NCCK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박승렬(65)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총무가 사랑과 포용의 모범을 보이는 한국교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박 총무는 “그동안 약자를 위한 사역을 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운동단체와 협력하며 교회와 사회 사이 가교 역할을 하겠다”면서 “또 교회 일치 부분을 강화해 여러 교단이 한마음 한 목표로 나아가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인으로서 소외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실천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살았다. 대학생 시절 서울 은평구 서북시립병원 뒷산에 움막을 짓고 사는 폐결핵 환자들을 돌봤던 것이 인생의 분기점이 됐다. “병원에서 강제 퇴원을 당하고 갈 곳 없는 환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어요. 학생으로서 대단한 봉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난과 질병이 얼마나 참담한 것인지를 눈으로 확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향린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면서 성경과 사람을 대하는 시각이 더 넓어졌습니다.”

이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사회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에서 다른 교단 청년들과 교제하며 사회 부조리에 목소리를 냈다. 34살 늦은 나이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했고 한우리교회 담임목사가 된 뒤에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목정평) 활동을 이어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는 자녀를 잃은 부모들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노력했다.

박 총무가 NCCK에 지원한 것은 사회가 가진 문제의식을 교회에 전달하는 자리로 총무직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총무가 한국교회를 아우르는 일도 해야 하지만 사회를 향한 소명도 감당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 “기장 교단에서도 교회협이 사회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바람을 갖고 후보로 추천해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 전체적으로는 중도적 합리적 생각을 하는 기독교인이 더 많다는 믿음이 있다고 밝혔다. 박 총무는 “올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내 극우 비율과 한국사회 전체의 극우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NCCK의 과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확신을 주고 그들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102주년을 맞는 NCCK는 글리온회의 40주년에 방점을 찍을 예정이다. 1986년 남북한 교회 대표들은 스위스 글리온에서 처음 만나 한반도 통일에 대해 논의했다. 박 총무는 “40주년 기념행사를 진행하면서 남북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만들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박 총무는 성균관대 사학과와 한신대 신대원을 졸업했으며 EYCK 회장, 목정평 회장, 한국교회 인권센터 이사장과 소장 등을 역임했다. 4·16재단 이사장과 4·16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