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를 다스리게 하라

입력 2025-12-04 03:08

오늘 본문 말씀을 한 구절 선택한 이유는 이 말씀을 제 삶에서 온전히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이 요절이 자리하는 문헌적 정황을 살펴보겠습니다. 15절은 5절부터 17절까지의 문맥 속에 자리하고 있는데 그리스도인의 삶을 옷을 입고 벗는 은유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5~9절까지는 벗어야 할 옷, 10~17절은 입어야 할 옷입니다. 특히 9~10절은 우리가 무엇을 벗고 무엇을 입어야 하는지 말합니다. 정확하게는 그리스도인이 누구인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옛사람과 그 행위를 벗어 버리고 그리스도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새사람을 입은 자들입니다. 즉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함께 이미 죽은 자들이고 또한 그의 부활과 함께 새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12절에 보면 우리는 하나님이 택한 사람이라고 했고 거룩하고 사랑받는 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안에 옛사람 즉 죄악 된 본성을 벗어버리고 옛 자아를 그 행실과 함께 죽여야 합니다. 죽여야 할 것들은 5절에 나와 있습니다. 음란과 부정, 사욕, 악한 정욕, 탐심입니다. 그중 탐심은 우상숭배라 했습니다. 8절은 이 다섯 가지 죄악 된 성품과 상응하는 열매인 분함 노여움 악의 비방 거짓말을 언급합니다. 본문은 옛사람의 성품을 벗어버리라고 말씀합니다.

대신 우리가 새롭게 입어야 할 옷은 새 사람의 성품인데 곧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입니다. 구체적인 덕목은 12절에 있는데 긍휼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으로 옷 입으라고 합니다. 이 옷은 곧 새사람의 모습, 즉 은혜의 옷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새 사람의 열매인 다섯 가지 덕목은 모두 인간관계 속에서의 인격적 덕목이라는 것입니다. 명석함이나 부지런함, 꾸준함 등과 개인적인 특성 같은 것이 아니라 긍휼과 자비, 겸손, 온유, 오래 참음이라는 인간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서도 남에게 화를 품고 사는 것, 어그러진 관계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 등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맞지 않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13절에는 서로 용납하고 피차 용서하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무엇보다 공동체 속에서 실천되는 것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14절에서 무엇보다 사랑을 더 하라고 말씀합니다. 이것은 로마서 12장 18절에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하라”는 말씀과 맥을 같이 하고 또한 히브리서 12장 14절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라고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오늘 본문은 이런 문맥 속에 위치합니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너희 마음을 주장하게 하라”는 말씀은 공동체 속에 주어진 말씀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너희는 평강을 위하여 한 몸으로 부르심을 받았나니”라고 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평강이 우리 마음과 공동체를 다스리게 하려고 우리 모두 감사하는 자가 돼야 합니다.

크리스천들은 언제나 감사하는 자들입니다. 왜냐하면 죄 용서함을 받았고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감사하는 자가 돼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주님의 평강이 우리 모두를 다스리도록 하는 하늘의 복이 임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한상화 아신대 교수

◇한상화 교수는 1996년부터 아신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대학 신학연구소장과 신학대학원장, 대학원장, 총장직무대행 등을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