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 사법부 판단을 정치의 연장선으로 여긴다는 걸 여실히 알 수 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국민의 내란 청산과 헌정질서 회복에 대한 바람을 짓밟고 있다”고 했고, 국힘 장동혁 대표는 “국민께서 이재명 정권의 내란몰이 폭거를 심판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비난했고, 국힘은 환영했지만 국민 여론을 빙자해 영장전담판사가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처럼 매도한 건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법원의 판단을 정쟁의 소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추 의원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앞두고 의원총회 장소를 몇 차례 변경해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며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및 법리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3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방위로 영장 발부를 압박해 왔던 민주당은 “비상식적인 결정”이라며 “사법개혁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해 국민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구속영장 기각을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법원행정처 폐지 등 추진 중인 법안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천명한 셈이다. 국힘은 영장이 기각된 후 민주당의 ‘내란 정당’ 공세가 탄압용이었다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구속영장 기각은 면죄부가 아니다. 계엄 선포 당시 여당이었던 국힘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고, 여당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도 여전히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구속수사할 수 있겠나”라고 볼멘소리를 한 특검도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 제시한 증거 및 정황과 논리로 혐의 소명이 되지 못해 한덕수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 의원에 대한 영장까지 기각된 것은 법원의 문제가 아니라 특검 수사의 문제다.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내란 청산과 헌정 회복을 가로막는 일도 아니요, 계엄 선포와 이후 일련의 상황을 용인하는 것도 아니다. 추 의원의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리적 판단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를 정치적 공세의 빌미로 삼으려는 태도는 오래된 폐해다. 법원의 판단을 정치의 잣대로 재단하는 건 사법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행위라는 점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