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유해룡 배덕만 목사가 한자리에 모여 기독교 영성을 강조했다. 한양대 교목실과 한양대학교회(이천진 목사)는 1~3일 서울 성동구 다솜채플에서 제8차 목회자 영성세미나를 개최했다. 강사들은 설교, 신앙 체험, 전통 영성 등을 돌아보며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의 고양이 아니라 분별과 성숙”이라고 입을 모았다.
첫 강의를 맡은 김기석 청파교회 원로목사는 설교자가 단순한 설명자가 아니라 교사이자 예언자이면서 동시에 ‘구도자’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교가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문명의 본질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며 “설교는 회중이 다른 행복의 길을 상상하도록 돕는 언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성경 읽기를 ‘씹고 삼키는’ 과정에 비유하며 “본문을 오래 붙드는 태도가 설교자의 영성을 지탱한다”고 강조했다.
유해룡 모새골교회 목사는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좋은 감정’을 곧 ‘하나님 체험’으로 동일시해 온 흐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짜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내거나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시작하시는 일”이라며 “그래서 더 깊은 분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간적인 감정 동요가 곧 새로운 영적 깨달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하나님을 만난 사람에게 남는 가장 뚜렷한 흔적은 ‘평화, 내적 고요, 더 바르게 살고 싶은 마음’이라는 설명이다. 유 목사는 16세기 신앙운동에서 비롯한 이냐시오 전통을 소개하며 “분별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매 순간 하나님께 기쁨이 되는 쪽으로 방향을 조금씩 바로잡아 가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느헤미야 기독연구원 교수인 배덕만 목사는 한국교회의 영성 전통을 폭넓게 검토하며 “영성과 공동체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속 성장기와 침체기 모두에서 나타난 무속적·자본주의적 영성이 개인의 번영을 지나치게 앞세우면서 공동체의 공공성과 책임을 약화한 점을 지적했다. 동시에 성경 중심 신앙, 성령의 위로와 힘, 약자를 향한 관심, 묵상 전통 등 한국교회가 지켜온 긍정적 유산도 평가했다. 배 교수는 “각 전통의 장단점을 분별해 공동체를 새롭게 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영성과 공동체가 만나는 자리에서 한국교회는 다시 공공성과 윤리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미나를 기획한 이천진 목사는 “작은 교회와 젊은 목회자들의 참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화려한 프로그램이나 자극적 체험 중심의 방식이 아니라 실제 목회 현장에서 부딪히는 고민을 깊이 다루는 점이 높은 재등록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성서 일과, 거룩한 독서, 관상 기도, 찬송, 성만찬 등 전통적 영성 훈련을 다시 배우고 회복하는 일이 교회를 다시 연결하고 서로를 살리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양대 교목실과 한양대학교회는 내년에도 교단 구분 없이 한국교회를 위한 공적 프로그램으로 세미나를 이어갈 계획이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