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해제를 주도한 ‘빛의 혁명’이 1년 만에 재현됐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몰려들었던 시민들이 1년 만에 국회의사당 앞에 다시 모였다. 시민들을 가로막았던 국회의사당은 담벼락을 활짝 열어 시민들을 맞이했다. 국회도 각종 기념행사를 열어 계엄 해제 1년을 기념했다. 여의도가 아닌 전국 곳곳에서도 관련 집회가 열렸다.
3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시민사회 단체가 주도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정당들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경호상의 이유로 취소됐다.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외환 청산하자”고 외쳤고, 사법부를 향해 ‘경고의 함성’도 내뱉었다. ‘국힘당(국민의힘)을 해산하라’는 문구를 든 시민들도 있었다. 단상에 오른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며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사법 쿠데타를 진압하고, 다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조국 혁신당 대표도 “앞으로도 내란 세력의 완전한 격퇴, 내란 이후의 대한민국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외쳤다.
1년 전 비상계엄을 막아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국회는 ‘빛의 민주주의, 꺼지지 않는 기억’을 주제로 종일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시민 50명을 대상으로 비극적 역사가 일어난 현장을 돌아보며 성찰하는 ‘다크투어’를 직접 안내했다. 우 의장은 자신의 월담 장소,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 운동장, 계엄군과 대치한 국회의사당 2층 현관 등을 관람하며 1년 전 상황을 설명했다. 우 의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리”라고 설명했다.
국회 중앙잔디광장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긴 사진전도 열렸다. 시민대행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국회 경내로 진입해 비상계엄 미디어파사드를 관람했다. 해가 진 뒤 비상계엄 당시 사진과 영상이 국회의사당 건물 전면에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아 ‘국민주권의 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우리 국민께서 평화적인 수단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불법 계엄을 물리치고 불의한 권력을 몰아낸 점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사건”이라며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을 함께 기념하고 더 굳건한 민주주의를 다짐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월 3일을 민주화 운동으로 지정하고 기념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비상계엄 당시 시민 저항을 ‘12·3 빛의 혁명’으로 명시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