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지 누나한테 추천”… 실세 권력 암시한 문자 파문

입력 2025-12-04 01:20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 사이에 오간 인사청탁용 메시지가 파문을 낳고 있다. 언론에 포착된 메시지를 보면 문 부대표가 김 비서관에게 둘의 대학 동문인 모 인사를 민간기관장으로 갈 수 있도록 요청하고 김 비서관이 이를 대통령실 고위 인사에게 추천하겠다는 얘기가 들어 있다. 짧은 문자 메시지에 학연 이용, 실세 권력을 통한 인사 해결이라는 적폐가 담겨 있다. 대통령실은 사안이 커지자 3일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는 공지를 띄웠는데 단순한 경고에 그쳐선 안 된다.

문 부대표는 2일 밤 국회 본회의장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으로 홍 모씨를 추천했는데 내용이 가관이다. 그는 “남국아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띄웠다. 김 비서관은 “네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했다. 훈식이 형은 강훈식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제 1부속실장을 의미한다.

이들 세 명은 중대 선후배 사이이고 이재명 대통령도 동문이다. 막강한 학연을 내세워 ‘우리가 남이가’식 사고를 드러냈다. 더욱이 ‘현지 누나’ 부분은 무성했던 현 정부 문고리·실세 권력의 실체를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5개사가 회원으로 공기관도 아닌 민간협회에 권력이 기웃거리는 것도 문제인데 인사와 무관한 부속실장에게 왜 추천하겠다는 건가. 사소한 곳에도 ‘현지 누나’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걸 방증하는 것 아닌가.

메시지는 국회가 내년 국가 예산안을 처리하는 와중에 오고갔다. 시점도 부적절할 뿐더러 권력의 오남용이 화근이 된 비상계엄 1년을 하루 앞두고 권력을 교체한 정권 실세들이 음습한 인사청탁을 주고 받은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지지자들을 수치스럽게 만든 행동이다. 대통령실은 경고가 아닌 또 다른 유사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물의를 빚은 이들을 인사조치 해야 한다. 정부는 애먼 공무원 휴대폰이 아닌 민간 인사도 당연하다는 듯 관여해 온 이들의 휴대폰 확보부터 서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