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가톨릭 국가에서 젊은 세대와 이민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신앙 지형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최근 유럽 공영방송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시사 유튜브 ENTR 채널은 ‘왜 프랑스에 복음주의 교회가 늘고 있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 직후 조회 수는 47만회를 넘어섰다. 영상에는 파리 외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열린 대규모 예배 장면이 등장한다. 젊은 층 비율이 높고 밴드 음악과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ENTR 채널은 프랑스복음주의연합(CNEF)에 소속된 현지 복음주의 신자를 최대 100만명으로 추산한다. 1950년 5만명 수준과 비교하면 70년 만에 20배 가까운 증가다. 다만 이는 CNEF 공식 통계는 아니다. 프랑스 정부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종교 통계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두고 논쟁이 있다. CNEF의 2023년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복음주의 신자는 약 74만5000명이다.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실천적 개신교인의 58%가 루터·개혁파 등 전통 교단이 아니라 복음주의 계열 교회에 속한다고 답했다. 35세 미만에서는 절반 이상이 자신을 ‘복음주의자’로 규정했다. 전통 교단보다 개인적 회심과 성경 중심성, 전도를 강조하는 복음주의 신앙이 젊은 층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프랑스 가톨릭의 세례 혼배 주일미사 참여율은 40년 이상 감소하고 있다.
복음주의 성장 요인으로는 이민자의 역할이 자주 지목된다. 이재근 광신대 교수(역사신학)는 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랑스 내부의 백인 사회가 대거 복음주의로 이동한 것이라기보다 동유럽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민자 공동체가 성장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리 외곽을 방문했을 때 창고 건물에서 한국교회와 비슷한 찬양 소리가 들려 들어가보니 루마니아 이민자들의 오순절 예배였다”며 “동유럽·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서유럽으로 이동하면서 기존 지역에서 형성된 복음주의·오순절 교회 문화가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자 교회는 정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변인에게 전파력을 가지게 되고, 일부 프랑스인 신자 유입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확산한다는 분석도 있다. ENTR 영상 속 대규모 예배 역시 다민족 교회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한편 프랑스는 전통 개신교(EPUdF)와 복음주의(CNEF)가 구조적으로 나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이런 구분이 뚜렷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엄밀히 보면 침례교, 오순절, 보수 장로교, 보수 웨슬리언을 복음주의 범주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은 대부분의 전통 교단이 복음주의적 신앙과 실천을 공유하고 있고, 예배 형태나 교회 문화도 대체로 복음주의적 색채를 띤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