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1년… “46년 전 12·12 신군부 인사가 현충원에”

입력 2025-12-03 21:45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지난달 29일 정성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기획홍보팀장이 12·12 군사반란 신군부 핵심 중 1명인 유학성의 묘역 앞에서 현충원 안장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45년전 내란을 주도한 계엄군 지휘관들이 여전히 현충원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지나면서 일각에서는 국립묘지 안장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5·18기념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5·18 단체 관계자들과 광주시민 등 20여명은 5·18민주화운동 책임자들의 안장 실태를 살피기 위해 국립대전현충원을 탐방했다.

국립대전현충원에는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탄압한 신군부 인사 15명이 묻혀 있다. 이중 대장으로 예편한 신군부 핵심 유학성 당시 국방부 군수차관보와 전남대·조선대 대학생 시위 진압을 지시한 진종채 2군사령관, 5·18 당시 계엄군 지휘관 소준열 전교사령관은 대전현충원 내 명당으로 꼽히는 장군1묘역에서도 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안장돼 있다.

탐방을 이끈 정성일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기획홍보팀장은 “유학성은 법원에서 내란죄가 인정됐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을 열흘 앞두고 사망해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었다”며 “소준열은 당시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보안사령관을 지낸 박준병 20사단장도 대전현충원 장군2묘역에 안장돼 있다. 그가 지휘한 20사단은 5·18 당시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악명이 높았다.

이들의 반란을 막으려 했던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 김진기 헌병감 등도 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정 팀장은 “반란군과 반란군에 맞섰던 이들이 현충원에 함께 안장돼 있는 현실이 내란과 불법 계엄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우리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립묘지 안장법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목현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국립현충원은 단순한 매장지가 아니라 국가가 인정하는 최고의 명예 공간이자 공공기억의 교과서”라며 “반헌법적 행위와 국가폭력의 책임까지 면밀히 검증하는 새로운 안장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글·사진 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