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 입국이 허용된 지 두 달이 막 지났다. 방한 중국인이 부쩍 늘었지만 효과는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시작부터 무단이탈 등 일부 부작용도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무비자 입국 첫날인 지난 9월 29일 중국 톈진에서 인천항으로 들어온 크루즈선 승객 가운데 6명이 하선 후 다시 배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도 1명은 행방이 묘연하다. 수도권의 한 고깃집을 찾은 중국인들이 식당 내에서 흡연을 하고, 제주도 서귀포시 용머리해안과 경복궁·한라산 등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이 어린 자녀에게 용변을 보게 한 뒤 뒷정리 없이 현장을 떠나 충격을 줬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노 차이나 존’이 등장하는 등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더 커졌다. 서울 명동·홍대 일대에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걸리고 ‘유괴, 납치, 장기 적출’ 등 자극적인 유언비어도 떠돌았다.
서울 곳곳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던 반중 시위도 급증했다.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열리는 집회의 약 30%가 ‘중국인 겨냥 혐오성 시위’로 분류됐다. 관련 집회는 지난해 4건에서 올해 56건으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무비자 입국으로 대거 한국을 찾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국내 관광산업에 보탬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중국 관광객들의 국내 소비 규모는 아시아권 다른 국가 관광객보다 큰 편이다. 지난해 방한 중국 관광객 1명의 평균 지출 경비는 1859달러(약 273만원)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984달러)은 물론 대만(1489달러), 베트남(1472달러), 태국(1580달러), 필리핀(1438달러) 등 인근 국가 관광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관련 업계가 중국인 무비자 입국에 ‘환호’를 지를 만하다.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의 연장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이 올해 말까지였던 한국인 무비자 입국 조치를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키로 한 만큼 외교 상호주의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도 달라졌다. 소비 규모는 과거처럼 폭발적이지는 않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지출 증가 폭이 제한적이고, 이에 따라 명품·대량 쇼핑 중심의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인들이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다이소·편의점 등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한일령(限日令)’에 따른 반사이익도 없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 중국인 가운데 일부가 한국을 찾을 수도 있다.
기대와 달리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는 중국인도 적지 않다. 눈에 띄는 곳이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한 홍콩 일간지에 따르면 중국인 여행객의 태국·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여행 예약 건수는 8∼9월 평균에 비해 15∼20% 늘었다. 특히 싱가포르는 중국어가 비교적 잘 통하고 미·중 대립 와중에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면에서 선호되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숫자나 일시적 ‘어부지리’ 등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단기적 성과에만 몰두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정책·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찾고 싶은 관광지를 개발하고 숨겨진 명소에 대해 잘 알리는 등 멀리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