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대학병원 종양내과 의사가 “요즘 진료실에 오는 암 환자들이 챗지피티(ChatGPT)가 알려준 대로 처방해 달라고 해서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해 고개를 끄덕였던 적 있다. 디지털 공간에 암 정보가 넘쳐난다. 인터넷 포털, SNS, 유튜브에 최근엔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접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문제는 믿을 만한 정보냐는 것이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조사 결과 온라인 암 정보의 절반 가까이(48.6%), 유튜브 암 콘텐츠 3개 중 1개(34.8%)는 광고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절박한 처지의 암 환자들이 쉽게 낚일 수 있다. 실제 암 환자와 보호자의 절반 이상(53.7%)은 “암 정보가 너무 많아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을 정도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암 환자의 정보 접근권이 확대된 것은 긍정적이다. 투병 경험 공유 커뮤니티, 유튜브 브이로그, SNS 정보 등을 통해 다른 환자들의 사례를 접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부작용 대처법, 식이요법, 생활 관리 등 실질적인 정보를 얻어 암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온라인·AI 정보 생태계에서 경계해야 할 점들이 있다. 유튜브나 SNS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콘텐츠를 노출하고 자극적인 정보가 제일 먼저 보인다. 정확한 콘텐츠는 뒤로 밀린다. 노출 비용이나 광고에 의해 상위 랭크가 결정되는 등 상업적 편향성을 갖는다. 정보의 질적 불균형도 감안해야 한다. 온라인에는 전문적인 의료 지식과 개인 경험담, 최신 정보와 과거 정보, 잘못되고 해로운 정보가 뒤섞여 있다.
반면 환자가 정보의 질이나 근거, 업데이트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암은 고도의 개인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같은 암이라도 병기, 조직 아형, 유전자 변이, 나이, 장기 기능, 동반 질환 등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암 환자는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를 자신에게 적용해도 되는지 판단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씨는 이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는 콘텐츠를 접하면 “나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잘못됐거나 검증 안 된 치료를 선택할 위험이 있다. 또 AI가 “이 치료가 좋다”고 하면 “그게 답”이라며 AI를 과신할 수 있다. 이런 정보 해석과 적용의 갭(gap)은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AI는 질문 방식에 따라 답변이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도 있다. AI의 환각 현상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신뢰 착시’를 만든다. 환자는 ‘자신감 있는 표현’ 때문에 사실로 오해하기 쉽다. 의료 정보에서 작은 오류 하나도 치료법 선택, 부작용 판단, 예후 해석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는 또 ‘진짜 환자 개별 맞춤’이 안 된다. 병기나 유전자 변이, 장기 기능 등 개인 변수를 의사가 하는 수준으로 종합 반영하지 못한다. AI는 유능한 보조자일 순 있지만 독립적인 치료 결정자는 아닌 것이다. 최종적으로 전문 의료진과 직접 소통해 나에게 맞는 정보인지에 대한 검증과 지지가 필요한 이유다.
AI 시대, 암 정보를 올바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디지털이나 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통용되는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가 암 정보 탐색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즉 환자들이 암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이해·평가하고 자신의 상태에 맞게 적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매년 28만여명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암 생존자는 260만명에 달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정확한 암 지식은 더 쉽게 흐려지고 환자와 보호자는 불확실성 속에서 갈 길을 잃기 쉽다. 국가암정보센터나 관련 학회, 의료기관들이 암 정보 리터러시 교육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