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연일 흔드는 與, 도움 안되는 野… ‘사면초가 오세훈?’

입력 2025-12-04 02:04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당시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냐”며 당 차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남았으나 서울은 조기 지방선거 모드에 들어갔다. 여권은 연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을 공격하며 오 시장과 각을 세우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서울 탈환에 노골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다. 반면 야권은 ‘우향우’하며 중도층과 점점 멀어져 오 시장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다만 오 시장은 여당 후보들보다 높은 인지도와 인물 경쟁력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 ‘오세훈 총공격’
더불어민주당 새로운 서울 준비 특별위원회와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TF가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공동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김영배, 천준호, 박주민 의원이 한강버스 운항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흔들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서울 준비 특별위원회’,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천만의 꿈 경청단’ 등 오 시장 정책을 비판하는 기구들을 연이어 띄웠다. 이 기구들은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 종묘 앞 개발, 감사의 정원, 신속통합기획 등을 번갈아 가며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 개별 정치인도 오 시장 비판에 가세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링에 1조2000억원, 노들섬에 3700억원, 한강버스에 2000억원, 감사의 정원에 700억원이 투입된다”며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이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5선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9일 “오 시장은 정책 하는 것마다 실패한다”며 “내년 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이 오 시장을 비판하는 국회 기자회견 숫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에만 8번 열렸다. 오 시장이 대선 출마를 준비했던 2월(6건), 3월(4건)보다도 많다. 지난해까지 넓혀 봐도 지난달에 비판 기자회견이 가장 많았다. 내년 지선을 의식해 너도나도 오 시장을 향한 공격을 전방위적으로 늘리고 있는 셈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14일 서울 광진구 한강 뚝섬지구에서 한강버스 운영 현황 등을 보고받는 모습. 연합뉴스

민주당 밖에선 김 총리가 ‘오세훈 때리기’ 최전선에 서 있다. 김 총리는 지난달 종묘, 한강버스 뚝섬선착장, 감사의 정원 조성 현장을 방문해 ‘오세훈판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 때문에 김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나오지만 그는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의 ‘오세훈 총공격’을 불안감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오 시장을 꺾을만한 후보가 없어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선 정원오 성동구청장, 박주민·서영교·전현희·박홍근 의원, 박용진 전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에선 조국 대표가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오세훈, 야당 우클릭에 우려

오 시장은 자신이 소속된 국민의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우클릭’을 우려한다. 중도층 표심을 잃으면 내년 지선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공식 사과를 망설이자 지난달 27일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냐”며 당 차원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지선 총괄기획단의 ‘경선 규칙’ 변경 추진도 우려한다. 국민의힘은 경선 규칙을 바꿔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려 한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지선을 앞두고)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선을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진행하면 중도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확대 방안이 오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층 목소리가 경선에 기존보다 20% 포인트 더 반영되면 ‘강경파’ 후보에게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3일 “본선에서 민주당을 꺾을 가능성이 높은 오 시장을 결국 당원들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특검이 지난 1일 오 시장을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점도 오 시장에겐 부담 요소다. 국민의힘 당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의 경선 출마를 금지한다. 오 시장이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예외 규정도 있어 공천권 박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 계열인 개혁신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개혁신당과 지선에서 연대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를 무조건 낼 것”이라며 연대 요구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개혁신당의 독자 후보 출마는 오 시장에겐 악재다. 오 시장의 표를 뺏어갈 수 있어서다.

오세훈, 경쟁력·인지도 우위

다만 오 시장이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오 시장이 인물 경쟁력과 인지도에서 ‘현역 4선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0월 25~26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12명에게 물은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 ±3.4% 포인트·ARS·응답률 5.1%·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 시장(36.1%)은 서울시장 선거 가상 맞대결에서 박주민 의원(29.2%)보다 6.9% 포인트 우위였다. 정 구청장(24.1%)을 상대로도 38.5%를 기록해 14.4% 포인트 앞섰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도 25.6%로 선두였다. 나경원 의원(13.4%),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10.4%) 등이 뒤를 이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한명숙, 박영선, 송영길을 꺾고 4선을 했다”며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