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남았으나 서울은 조기 지방선거 모드에 들어갔다. 여권은 연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을 공격하며 오 시장과 각을 세우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서울 탈환에 노골적으로 가세하는 모양새다. 반면 야권은 ‘우향우’하며 중도층과 점점 멀어져 오 시장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다만 오 시장은 여당 후보들보다 높은 인지도와 인물 경쟁력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당 ‘오세훈 총공격’
더불어민주당은 ‘오세훈 흔들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새로운 서울 준비 특별위원회’,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천만의 꿈 경청단’ 등 오 시장 정책을 비판하는 기구들을 연이어 띄웠다. 이 기구들은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한강버스, 종묘 앞 개발, 감사의 정원, 신속통합기획 등을 번갈아 가며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 개별 정치인도 오 시장 비판에 가세했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링에 1조2000억원, 노들섬에 3700억원, 한강버스에 2000억원, 감사의 정원에 700억원이 투입된다”며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이 세금 낭비라고 주장했다. 5선 박지원 의원은 지난달 19일 “오 시장은 정책 하는 것마다 실패한다”며 “내년 지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민주당이 오 시장을 비판하는 국회 기자회견 숫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에만 8번 열렸다. 오 시장이 대선 출마를 준비했던 2월(6건), 3월(4건)보다도 많다. 지난해까지 넓혀 봐도 지난달에 비판 기자회견이 가장 많았다. 내년 지선을 의식해 너도나도 오 시장을 향한 공격을 전방위적으로 늘리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밖에선 김 총리가 ‘오세훈 때리기’ 최전선에 서 있다. 김 총리는 지난달 종묘, 한강버스 뚝섬선착장, 감사의 정원 조성 현장을 방문해 ‘오세훈판 사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이 때문에 김 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설도 나오지만 그는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의 ‘오세훈 총공격’을 불안감의 표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장 오 시장을 꺾을만한 후보가 없어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에선 정원오 성동구청장, 박주민·서영교·전현희·박홍근 의원, 박용진 전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에선 조국 대표가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오세훈, 야당 우클릭에 우려
오 시장은 자신이 소속된 국민의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의 ‘우클릭’을 우려한다. 중도층 표심을 잃으면 내년 지선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공식 사과를 망설이자 지난달 27일 “5번 하면 어떻고, 100번 하면 어떻냐”며 당 차원의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국민의힘 지선 총괄기획단의 ‘경선 규칙’ 변경 추진도 우려한다. 국민의힘은 경선 규칙을 바꿔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이려 한다. 오 시장은 지난달 27일 “(지선을 앞두고) 확장 지향의 길을 갈 때임이 분명한데,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선을 당원 투표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로 진행하면 중도층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확대 방안이 오 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층 목소리가 경선에 기존보다 20% 포인트 더 반영되면 ‘강경파’ 후보에게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시장 측은 3일 “본선에서 민주당을 꺾을 가능성이 높은 오 시장을 결국 당원들이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특검이 지난 1일 오 시장을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점도 오 시장에겐 부담 요소다. 국민의힘 당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의 경선 출마를 금지한다. 오 시장이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예외 규정도 있어 공천권 박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 계열인 개혁신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오 시장은 개혁신당과 지선에서 연대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를 무조건 낼 것”이라며 연대 요구에 확답하지 않고 있다. 개혁신당의 독자 후보 출마는 오 시장에겐 악재다. 오 시장의 표를 뺏어갈 수 있어서다.
오세훈, 경쟁력·인지도 우위
다만 오 시장이 여전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오 시장이 인물 경쟁력과 인지도에서 ‘현역 4선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C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10월 25~26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12명에게 물은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 ±3.4% 포인트·ARS·응답률 5.1%·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 시장(36.1%)은 서울시장 선거 가상 맞대결에서 박주민 의원(29.2%)보다 6.9% 포인트 우위였다. 정 구청장(24.1%)을 상대로도 38.5%를 기록해 14.4% 포인트 앞섰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도 25.6%로 선두였다. 나경원 의원(13.4%),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10.4%) 등이 뒤를 이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오 시장은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한명숙, 박영선, 송영길을 꺾고 4선을 했다”며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