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가권력으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데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 살아 있는 한 영원히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1주기를 맞아 완전한 내란 청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이래야 근본적 대책이 된다. 재발을 막을 수 있다”며 이같이 지시했다. 그러면서 “상속 재산의 범위 내에서 상속인들에게도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고문해 누구를 죽인다든지, 사건을 조작해 멀쩡한 사람을 감옥에 보낸다든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어놓는 것’을 국가폭력의 예로 지목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국가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 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의 재입법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반인권적 국가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막혀 폐기됐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며 “국민 통합의 전제조건은 내란 청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일부 정치세력은 분단을 빌미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국내 정치 상황을 왜곡했다. 급기야 계엄을 위해 전쟁을 유도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까지 했다”며 지난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우리에게 놓인 시대적 과제는 남북 간 적대와 대결을 종식하고, 평화 공존의 새로운 남북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심탄회한 대화 재개를 위해 남북 간 연락 채널 복구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한반도에서 전쟁 상태를 종식하고, 핵 없는 한반도를 추구하고, 공고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한국이) 북측처럼 국제사회의 각종 제재를 감수하며 핵무장을 시도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핵무장을 하면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고, 경제·국제 제재가 바로 뒤따르는데 우리가 견뎌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늘리기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야권 일각의 독자 핵무장 주장으로 미국 내부에서 우려가 제기되자 강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선 “요즘 저 대신 맞느라고 고생하신다”며 “원래 백조가 우아한 태도를 취하는 수면 아래엔 엄청난 발의 작동이 있다. 발 역할을 잘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이후 거세진 검찰의 반발과 야권의 비판에 직면하는 데 대해 치하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