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센서가 감시”… 건물관리 패러다임 바꾸는 ‘블루스캔’

입력 2025-12-03 00:51
보안업체 에스원 관계자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건물 관리 솔루션 ‘블루스캔’을 활용해 주요 시설물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블루스캔은 주요 설비에 센서가 부착돼 있어 정전·누수·화재 등 돌발 상황 발생 시 원격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초동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에스원 제공

전북 순창군의 휴양시설 ‘쉴랜드’의 시설 관리자는 지난 8월 심야 근무 중 당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한밤중에 건물로 낙뢰가 떨어져 모든 시설이 정전된 것이다. 다행히 건물에 설치돼 있던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 ‘블루스캔’이 즉각 이상 상황을 감지했고, 긴급조치가 이뤄진 덕분에 별다른 피해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사람을 대신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장착한 첨단 시스템이 건물을 지키는 스마트 건물관리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정밀 시스템이 24시간 건물 구석구석을 감시하며 돌발적인 사건·사고나 재해 상황에 대비하는 방식이다.

2일 보안업체 에스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IoT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블루스캔의 올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91% 급증했다. 용산구청·경주시청·강화군청 등 공공기관들도 해당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도입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블루스캔의 핵심은 시설물의 주요 설비에 부착된 IoT 기반 센서로 건물 전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정전·누수·화재 등 돌발 상황에서 관리자가 없더라도 원격으로 상황을 통제하고 초동 조치할 수 있다.

블루스캔 같은 스마트 건물관리 시스템의 수요 증가 배경에는 이상기후 등에 따른 재난·재해 급증이 자리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낙뢰는 14만5000여회로, 최근 10년 평균치 대비 약 44% 증가했다. 시간당 50㎜ 이상의 폭우도 2020년대 들어 23.6차례 발생하며 1990년대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비해 시설물 노후화와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준공 30년 이상 노후 상업용 건물은 34.4%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정전으로 인한 비상 출동 원인의 80%가량이 노후 설비였다. 인구 노령화와 치솟는 인건비 탓에 관리 인력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사업시설관리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만 3만1437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AI)과 IoT 기술이 발달하며 과거에는 보조적인 관리 체계에 머물렀던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건물 관리를 위한 주요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블루스캔의 경우 우선 사람이 감지하기 어려운 시설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온도·습도 등 공조 환경은 물론이고 이산화탄소·미세먼지 농도도 실시간으로 측정 가능하다. 단순한 시설물 감시를 넘어 이상 상황 발생 시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을 보내는 능동적 시스템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중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에게 즉시 알려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에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종 사고 발생 초기의 ‘골든타임’이 사후 대응에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진 것도 자동화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대재해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쉴랜드 관계자는 “낙뢰·정전·누수 같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고 때문에 걱정이 많았지만, 블루스캔을 도입한 뒤로는 직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