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중량 표시제를 도입한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여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거두는 ‘슈링크플레이션’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2일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식품 분야 용량꼼수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슈링크플레이션과 같은 꼼수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유권해석을 통해 메뉴판에 닭고기의 조리 전 총중량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오는 15일부터 오프라인 매장과 배달앱 등에서 메뉴판 가격 옆에 치킨의 조리 전 총중량을 그램(g) 혹은 ‘호’ 단위(한 마리 단위로 조리할 경우)로 표시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포장주문을 받는 경우에도 중량을 밝혀야 한다. 현재는 치킨 전문점을 포함한 외식 분야에는 중량 표시제가 도입돼 있지 않다.
중량 표시제는 BHC, BBQ치킨, 교촌치킨 등 10대 치킨 가맹본부 소속 가맹점(약 1만2560곳)에 적용한다. 정부는 메뉴판 변경 등 시스템 정비 기간을 고려해 내년 6월 30일까지 별도 처분 없이 계도기간을 운영한다. 이후 적발되면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반복 위반 시 영업정지 조치하는 등 엄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가격은 그대로 두되 중량을 줄일 경우 ‘콤보 순살치킨 중량이 650g에서 550g으로 조정돼 g당 가격이 일부 인상됐다’는 식으로 안내하도록 독려한다. 다만 이는 자율규제 영역으로 두기로 했다.
가공식품도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제재 수위를 강화한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은 19개 제조사, 8개 유통사에서 제품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그중 중량을 5% 넘게 줄여 단위 가격을 인상했을 경우 소비자에게 3개월 이상 고지했는지 점검하고 있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중량 정보 제공 사업자를 확대하고, 제재 수준도 시정명령에서 품목제조중지 명령으로 강화한다. 이 제재를 받으면 제품을 일정 기간 생산할 수 없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