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르네상스 운동이 불붙고 있다

입력 2025-12-04 03:05
지난달 28일 열린 우간다 쿠미대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춤추며 환호하는 모습. 황성주 회장 제공

필자는 현재 우간다와 에티오피아를 방문 중이다. 지난주 우간다 크리스천 대학인 쿠미대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고매한 영국식 매너가 깃든 아프리카식 역동적인 세리머니와 하나님의 임재가 깊이 느껴지는 은혜로운 행사였다. 필자는 2013년 이 대학 챈슬러(Chancellor, 오너십을 가진 총장)로 부임한 이래 13번째 졸업장을 수여했는데 이번 졸업생은 무려 1500여명이었다. 2012년 11월 당시 챈슬러였던 정정섭 기아대책 회장과 함께 우간다 오지의 쿠미를 방문했는데 그때 전격적으로 대학 경영을 맡게 됐다.

당시 필자는 이 대학 경영을 할 수 없는 이성적, 환경적 요인들이 많았음에도, 상황을 초월하는 강력한 부르심에 이끌렸다. 대학 시절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 캠퍼스 전도에 대한 지속적인 두드림(Holy Routine)과 꿈의학교 사역의 연장선상에서 ‘모든 학생과 교수를 그리스도의 제자로 만드는 교육 사역의 비전’이 연결돼 거룩한 미세균형(Holy Microbalance)으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그 열매로 오늘날 쿠미대는 거룩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마지막 추수를 위한 동아프리카의 유수한 크리스천 대학으로 도약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도지사나 국회의원 등 정치 경제 교육 농업 문화의 모든 영역으로 파고들어 작은 향기를 발하고 있다.

문화는 새로운 복음 전파의 엔진
에티오피아 아코 지역에서 펼쳐진 국제사랑의봉사단 어린이 문화 사역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황성주 회장 제공

에티오피아 남부 아코 지역은 99% 무슬림 지역이지만 큰 환난과 핍박 가운데서도 헌신적인 전도자들 덕분에 엄청난 복음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다. 아코 부족은 강인함에 복음에 대한 열정을 실은 하나님 나라의 전사들이다. 오래전 과격한 무슬림의 습격으로 불타버린 컴파운드에 성경학교와 교실 건립을 도왔는데 덕분에 매년 분에 넘치는 영혼 구원의 열매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이 지역은 복음 실은 사탕 하나에 한 영혼, 말씀 실은 축구 클래스에 한 영혼이 주께 돌아올 수 있는 복음의 결핍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선교지에서는 넘쳐나는 어린 심령을 구원하고 양육하는 초대형 그물망이 절실하다. 이런 지역의 특징은 초신자도 뜨거울 수밖에 없는 영적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창조적 선교 도구로 문화적 접근을 추가로 시도한다면 더 놀라운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니 홀리 르네상스는 사실상 훌륭한 복음의 레버리지로 작용할 것이다. 제임스 스미스는 ‘하나님 나라를 욕망하라’에서 문화는 사상을 넘어 사랑의 공간을 형성하기에 교회가 거룩한 욕망을 유발시키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인간은 무엇을 ‘생각하느냐’보다 무엇을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며, 반복되는 루틴이 우리의 삶과 세계관을 형성한다고 했다.

이러한 복음 전도의 혁신적 프레임은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21세기 상황에서 남반구는 물론 미국이나 유럽 같은 북반구에도 절실하다 하겠다. 교회가 아름다운 문화의 옷을 입은 사랑의 공동체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한다는 명제는 무거우면서도 그만큼 절박하다. 영혼 구원 사역의 문화적 접근은 성령 중심의 사도행전적 접근과 더불어 복음 전파의 새로운 엔진이 되어야 한다.

영적·문화적 갱신의 르네상스 기대

최고의 크리스천 석학인 오스 기니스는 그의 명저 ‘르네상스’에서 “복음은 언제나 세상의 어둠보다 크다”며 “인간의 전략은 실패하지만 복음은 내면으로부터 사람과 공동체, 문명을 새롭게 한다. 초대교회가 로마를 변화시킨 것은 권력이 아니라 신실한 증언과 희생적 사랑이었다”고 증언했다. 기니스는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와 세상과의 타협을 모두 거부한다. 대신 복음적 정체성을 지키며 예술 과학 정치 문화 속에서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신앙인을 요구하면서 르네상스는 중세 기독교 제국의 복귀가 아니라, 진정한 제자도의 회복에서 비롯된 영적·문화적 갱신을 뜻하며 이 놀라운 부흥은 회개 기도 그리고 일상 속 증인의 삶에서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교회는 역문화적 공동체로서의 부르심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의 대안적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사명이라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신실한 창조적 소수자(faithful creative minority)’로서 사랑과 믿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호소한다. 진정한 르네상스는 영적 부활이며 복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창조성과 상상력, 사랑과 용기의 각성이다. 위대한 회복은 과거로의 향수가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 속에서 창조적 능력을 다시 일으키는 하나님 말씀으로의 예언적 귀환이다.

필자는 대학교수 시절 라브리 공동체 운동에 참여하면서 문화변혁의 차원에서 ‘진리의 실험실’이라는 비전에 매료되었다. 이후 쉐퍼 박사의 제자인 앨리스 포터를 통해 하나님 형상의 의미(골 3:10)와 ‘죄짓는 것을 빼고 모든 것이 영적’(딤전 4:4~5)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영성의 지적 체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루이스 부시 박사의 세계변혁 운동에 참여하면서 하나님의 통치가 모든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영역 선교에 눈떴다. 그래서 병원 NGO 비즈니스 교육 미디어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복음의 무대로 활용했다. 그런 도전이 없었더라면 필자는 아마도 순회선교사의 길을 갔을 것이다.

이후 통전적 선교, 총체적 선교, 전문인 선교, 비즈니스 선교(BAM)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선교적 차원에서는 확산되었지만, 자체 성장에 몰입한 제도적 교회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혼 빼앗기 싸움, 눈길 빼앗기 싸움이 치열해졌고, 영적 전쟁은 세계관 전쟁과 문화 전쟁이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싸움은 교회가 아니라 모든 영역 속에 뿌리내린 성도의 삶, 즉 개개인의 영향력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홀리 루틴이 장소를 따라 이동하는 ‘임재의 이동성’에 이 싸움의 성패가 좌우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홀리 루틴을 통한 하나님의 임재와 충만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영역으로 확산되면 홀리 르네상스가 일어난다. 필자는 최근 이탈리아 피렌체를 세 번 다녀오면서 르네상스의 근원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했음을 알고 거룩한 르네상스와의 연결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거룩한 르네상스를 위해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에서 르네상스를 “이성의 독립운동”으로 규정하면서도 그것이 기독교적 세계관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 아니라 “성경에 근거한 확장된 인간 이해”라고 설명한다. 세속의 르네상스가 예술과 이성을 재발견했다면 거룩한 르네상스는 하나님의 충만을 재발견해야 한다. 세속의 르네상스는 인간을 높였다면 거룩한 르네상스는 하나님의 영광을 제 위치로 갖다 놓아야 한다.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는 ‘기독교는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에서 미국 복음주의는 지난 50년간 “세상을 바꾸자”고 외쳤지만 실제로는 문화 중심(예술 미디어 학문)에서 영향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그 이유는 지나친 정치적 과시, 도덕 전쟁 몰입, 집단적 자기 확신의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며 그 결과 세상은 복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조롱하거나 무관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는 기독교가 주어진 권력과 영향력을 오남용한 결과라고 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신실한 임재(Faithful presence)’라는 콘셉트를 소개하며 세상 속에서 신실하게 머무는 거룩한 일상(Holy Routine)을 통한 회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성도들이 충성스러운 삶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세상에 풀어놓는 방식이다.

성경적 관점에서 르네상스의 세 물결을 분석해보자. 첫 번째 르네상스가 14~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인간 중심의 예술과 이성의 각성’이었다면 두 번째 르네상스는 16~18세기 종교개혁을 통해 말씀 중심의 진리가 회복되고 이에 따른 문화적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세 번째 르네상스는 거룩한 루틴으로 무장한 성도들의 침투에 의해 하나님의 임재와 충만을 확산시키는 총체적 문화 변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글로벌하비스트서밋(GHS) 대회에는 ‘킹 오브 킹스’의 장성호 감독, 세븐 미디어의 앤디 게임스, 다큐멘터리 ‘리바이벌’의 윤학렬 감독, 대학생선교회(CCC)의 ‘예수 영화’ 등 미디어 분야, 비즈니스·투자 분야, 교육 분야, 기타 가정 정부 디지털 AI 스포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사역을 하는 글로벌 리더들이 집결했다.

빌리온소울하비스트(BSH) 운동은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역이 어떻게 하나님의 충만과 연결되어 세계적 추수의 네트워크를 이룰지를 놓고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다. 사실 BSH의 4가지 모토 중 ‘대추수(Great Harvest)’를 위해 거룩한 교회 공동체의 회복(Holy Ekklesia)이, 대돌파(Great Breakthrough)를 위해선 홀리 르네상스가 필수적이다. 한때 복음으로 세워졌던 서구 문명은 이제 성공의 껍질 속에 영혼을 잃은 시대를 살고 있다. 경외 없는 과학, 진리 없는 자유, 감사 없는 풍요가 우리의 위기이다. 지금은 단순한 문화의 변질이 아니라 문명의 영혼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 그래서 홀리 르네상스는 에스겔 37장과 이사야 61장처럼 모든 성도가 세상 깊숙이 침투해 부활의 권능으로 영적 대반전을 이루어 가는 최후의 도전이다. 홀리 르네상스는 이미 세계 곳곳에서 불붙고 있다.

하나님의 역사는 씨 뿌림으로 시작됐고 추수로 완성된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은 창조의 씨앗을 심었고 복음서에서 구속의 씨를 뿌리셨다. 요한계시록에서 그분은 모든 열매를 거두신다. 주님의 다시 오심은 인류사의 클라이맥스다. 이제 남은 모든 시간은 추수를 향한 하나님의 기다림의 시간이고, 모든 사건은 주님을 맞이하는 거룩의 리듬이다. 마지막 대추수는 그 기다림의 결실이고 이제 모든 열매가 하나로 연결되도록 하나님이 직접 짜신 복음의 연결망(Divine weaving) 위에 펼쳐지고 있다. 이제 홀리 루틴을 가진 개인이 곳곳에 세워지고 그 충만과 임재가 세상의 모든 영역 속으로 흘러갈 때 전무후무한 홀리 르네상스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다.

황성주 KWMA 회장·사랑의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