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역에서 130여년 전 교회 학교 병원의 토대를 놓았던 윌리엄 전킨(전위렴·1865~1908)과 알레산드로 드루(유대모·1859~1926) 선교사의 사역을 집대성한 군산선교역사관이 2일 개관했다. 전북 군산 구암동에 자리한 역사관은 두 선교사가 남긴 학교와 병원, 항일운동의 흔적, 초기 선교 물품 등 호남 근대사의 출발점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킨기념사업회(이사장 장철희 목사)는 1893년 군산에 도착해 교육과 선교에 헌신한 호남 최초의 선교사 전킨과 군산 최초의 병원을 운영하며 의료 사역에 힘쓴 드루 선교사의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역사관 건립을 추진했다.
연면적 999㎡에 지상 3층 규모로 조성된 역사관은 전킨 선교사가 지역 여성 교육을 위해 설립한 멜본딘여학교의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외관을 재현했다. 내부에는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교육 공간, 체험실, 카페 등이 갖춰졌다. 기념사업회는 향후 자료를 기증받고 연구 기반을 확충해 군산과 호남 지역 선교사를 통합 보존하는 지역 대표 아카이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전시실에는 조선 선교 초기 사용된 성경책과 교과서, 초기 의료 기록, 군산의 옛 모습을 담은 필름, 선교사들이 사용한 망원경과 가방 등 희귀 자료가 공개된다. 관람객은 전킨과 드루 선교사의 실제 발자취와 더불어 교육 의료 신앙운동이 어떻게 군산과 호남 지역으로 확산됐는지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선교역사관 자문 및 전문위원을 맡은 최은수 미국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 연구교수는 “군산선교역사관은 한국 선교와 호남 교회사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용서, 화해와 일치를 구현하는 장소라는 의의를 지닌다”며 “자손대대로 그 자랑스러움이 이어져 오직 하나님만이 영광을 받으시는 귀한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철희 전킨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한국교회가 앞으로만 달려가느라 감사의 마음을 놓칠 때가 있다”며 “군산선교역사관이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며 감사하는 교육의 장, 그리고 열방 가운데 그 빚을 갚아가는 사명을 일깨우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킨기념사업회와 군산시는 역사관 개관을 계기로 철길마을 등 인근 관광 자원과 연계해 선교·문화·역사 콘텐츠를 확장할 계획이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