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대전에서 출발한 정든식품은 아버지 세대가 시작한 과자 제조업체로 건빵을 기반으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화려한 디저트가 넘쳐나는 요즘, 건빵은 ‘특색 없는 맛’이라는 편견을 받는다. 그러나 2세대 경영을 맡은 황성재(41) 대표의 생각은 정반대이다. 친숙한 식감과 단순한 모양이 오히려 장점이며 어떤 맛으로도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무한대 가능성을 지닌다고 강조한다. 충남 금산군 공장을 겸한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황 대표는 “교회와 지역,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되는 먹거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5g짜리 건빵에 담긴 사랑
정든식품의 대표 상품은 한 손에 들어오는 소포장 건빵이다. 황 대표가 전국을 발로 뛰며 유통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유통업체 대표들의 제안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현재 대부분이 교회 전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황 대표는 “교회에는 거의 마진 없이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 과정에서 마주한 많은 교회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다. 그는 “허름한 지하주차장에서 전도용 건빵을 전달받아 곧바로 전도에 나서던 교인들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지금도 감동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황 대표의 진심이 통했는지, 정든식품 매출 절반가량은 교회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버지 세대보다 10배가량의 매출 증가를 이뤄냈다.
이런 경험은 전도 용품을 별도로 개발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최근 제작된 ‘메밀방’은 예수님 그림과 복음을 담은 문구가 적힌 제품이다. 유프라이노 선교회의 대표인 신동란 사모의 아이디어가 큰 힘이 됐다. 수년 전 전도 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금산 사무실을 찾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협력이 이어졌다. 황 대표는 “메밀을 넣어 바삭하고 담백한 건빵 제품을 개발한 뒤 온전히 전도에 쓰시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했다”고 전했다. 포장지 그림과 문구 역시 신 사모가 직접 준비한 것을 바탕으로 했다. 황 대표는 “모든 것을 걸고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엇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신의 지키며 성장하는 법
정든식품은 현재 깨소미, 누룽지 건식빵 등 40여개 제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또 건빵을 비롯한 과자를 가공 소재로 하는 10여곳에 납품하고 있다. 빼빼로데이에 자주 볼 수 있는 대형 빼빼로 원통 과자 역시 정든식품에서 만든다.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며 공장 자동화도 완비한 황 대표는 지난 3년간 영업 활동을 줄이고 다양한 제품에 매진해 왔다.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과자 개발을 의뢰받기도 했다. 콩 재배가 많은 지역의 요청으로 콩가루를 입힌 과자를 선보여 지역을 찾는 관광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가 원재료를 납품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신의’다. 황 대표는 “제품 개발을 의뢰받더라도 기존 거래처와 겹치면 거절한다”며 “성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경영 철칙”이라고 말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세 딸의 도움이 큰 역할을 한다. 황 대표는 “신제품 개발단계에 있는 과자를 컵에 담가 식탁에 무심히 놓은 뒤 금세 사라지면 1차 검증을 통과한 것으로 봤다”며 “과자가 계속 남아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고 웃었다.
“지역과 함께…사회 공헌도 하고파”
정든식품은 기업이 지역 사회와 상생하며 성장하는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지역 특산품을 제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역 소멸의 현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다양한 도전을 통해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다”고 했다.
회사가 위치한 금산은 인삼과 홍삼으로 유명하고, 인근 추부는 부추의 산지다. 황 대표는 홍삼과 부추를 활용해 쿠키를 개발하고 ‘삼밀당’이라는 브랜드를 달아 올해 여름 출시했다. 삼밀당에는 인삼의 삼과 밀가루의 밀이 담겨 있다. 식품박람회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현재 3차 생산에 돌입했다.
황 대표는 “건빵 소포장으로 일차적인 성과를 거뒀다면 이제는 맛의 다변화를 통해 종합식품회사로 발돋움하려 한다”며 “대기업이나 군대 납품 등 큰 거래처에 묶이지 않으며 자체 브랜드를 통해 매출을 내며 전국의 크고 작은 교회들의 전도와 발맞추며 작게나마 복음 전파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사회공헌에도 힘쓰는 정든식품은 최근 국민일보가 선정한 ‘2025 기독교 브랜드 대상’ 사회공헌 부문을 수상했다. 수년째 매년 두 차례 지역 보육원에 과자를 기부하며, 연말에는 교회에 전도용 건빵을 무료로 나누고 있다. 황 대표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목사님들에게 건빵을 보내면 더 어려운 교회나 이웃에게 그걸 다시 나누시더라”면서 “정든식품도 이처럼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향해 마음을 쓸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금산=글·사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