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70만명. 쿠팡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람 숫자다. 성인 4명 중 3명이 해당된다. 이름·주소·전화번호·이메일·주문 내역·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의 정보가 어딘가로 빠져나갔다. 문제는 모든 게 ‘깜깜이’라는 점이다. 피해자마다 “내 정보 중 어떤 게 유출됐고,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라며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쿠팡은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추가로 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 보안 지침에 대한 가이드조차 내놓지 않는 쿠팡의 불통에 피해자들은 ‘각자도생’하며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쿠팡을 상대로 한 첫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됐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인정보 유출사태 직후부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공유되고 있다. 로그인 기록 확인법, 결제수단(카드정보) 삭제 방법, 개인통관 고유부호 재발급 방법 등을 주고받으며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유출 사실을 확인했는데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느냐” “홍콩에 간 적도 없는데 홍콩에서 로그인된 기록이 있다”는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쿠팡의 대응이 미진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쿠팡은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회사 차원에서) 했으므로 개개인이 추가로 해야 할 사항은 없다”고 안내했다. 추가 피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보고된 바는 없다”며 “쿠팡 사칭 전화나 문자에 주의하라”는 수준의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상황에서 ‘쿠팡을 믿어 달라’는 식의 대응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결제·로그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에 더해 일부 주문 정보 등 일상에 밀접한 정보가 유출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결제·로그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다는 건 ‘쿠팡에서는 부정 사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얘기일 뿐, 유출된 정보를 활용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앞에선 의미가 없다. 눈 가리고 아웅인 격”이라며 “이 같은 정보를 활용하면 더욱 정교화된 보이스피싱·딥페이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유출 정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는 점도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별로 정확히 어떤 정보가 유출됐고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소비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향후 어떤 방식으로 방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 안내를 빠른 시간 안에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집단손해배상청구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원영섭 법률사무소 집 변호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약 1600명의 시민이 참여한다. 소송을 준비하는 네이버 카페가 10여개 개설됐다. 가장 규모가 큰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는 이날까지 회원 약 8만3000명을 모았다.
신주은 박재현 기자 ju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