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권유 점검 나선 정부… 증권사 “개인 투자에 개입”

입력 2025-12-02 02:01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환율 대응을 위해 증권사의 과도한 해외 주식 투자 조장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히자 증권업계에서 정부가 구조적 원인을 보지 않고 개인 투자에 개입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외 주식 활성화에 집중된 증권사 이벤트 등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해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유도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일 전날 한국은행과 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산업통상부와 회의를 열어 향후 환율 안정을 위한 해외 투자 관련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증권사를 대상으로 해외 투자 관련 투자자 설명과 보호의 적절성 등 실태 점검을 내년 1월까지 두 달간 할 예정이다. 증권사가 해외 투자 관련 영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충분한 위험 설명을 했는지, 과도한 거래 유인이 있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해외 투자 급증이 환율 상승의 근본 원인이 아님에도 정부가 개인의 투자 선택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반발했다. 업계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등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데다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반 고객에게 파생상품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고객 대상 추천 포트폴리오에 레버리지나 해외 파생상품 등이 포함된 것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말로는 증권사의 투자 권유 행위를 점검한다고 하지만 결국 해외 주식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규제하겠다는 의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 당국자도 지난달 21일 있었던 외환시장협의회에서 서학개미 때문에 환율이 급격히 올랐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주식 투자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을 과하게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중 해외 주식 이벤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64%로 국내 주식 이벤트 비중(11.11%)보다 크다. 정부가 이 같은 불균형을 시정해 국내 주식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권유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정부가 해외 주식 투자를 언급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해외 주식형 레버리지 ETF 투자 등이 제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환율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 실질 경제성장률 회복 등 거시경제 차원에서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실태 점검은) 해외 주식 투자를 직접적으로 규제한다는 차원이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 당국도 ‘서학개미에게 차별적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유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오죽하면 청년들이 해외 투자를 하겠느냐. 정서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장은현 이광수 김윤 김진욱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