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삼성생명 일탈회계 중단”… 소급적용엔 선긋기

입력 2025-12-02 00:17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일탈 회계’ 적용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다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소급 적용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선임 절차에 대해서는 “(회장을) 연임하고 싶은 욕구가 다들 많다”면서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1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본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에는 일탈회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성이 없고 정상적인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맞춰 돌아오는 과정”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삼성생명은 1980~90년대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해 받은 보험료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부채 항목으로 분류해왔다. 2023년 도입된 IFRS17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면 이를 ‘자본’으로 분류하도록 규정했지만, 삼성생명과 생명보험협회는 이를 따를 경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금융 당국에 과거 방식 유지를 요청했다.

이복현 전 원장 시절인 2022년 이 같은 ‘일탈 회계’를 승인했던 금감원은 3년 후 이찬진 원장이 취임하자 국제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다만 그동안 예외로 봤던 부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원장은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결산에는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이 원장은 “금융지주는 사회적인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인데 이사회 구성이 균형 있게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특정 경영인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자기 사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후보자도 들러리를 세운다면 굉장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지배구조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롯데카드·업비트·쿠팡 등에서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및 해킹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기업 보안 시스템 투자는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업비트에서 발생한 400억원대 가상자산 탈취 사건에는 “그냥 넘어갈 성격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총 2조원 규모의 과징금·과태료 부과가 은행권에 사전 통보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두고는 “‘리딩 케이스’라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과징금 확정 전까지 위험가중자산(RWA) 인식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