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불확실성 커지자 ‘총수 직할 체제’ 강화하는 기업들

입력 2025-12-02 00:20
연합뉴스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총수 직할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여러 기업들이 ‘사내 2인자’로 불리던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고위 경영진을 퇴진시키며 조직 쇄신에 나섰다. 동시에 오너가 3·4세 인사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하며 그룹 내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인사에서 삼성·LG·롯데 등 그룹이 부회장 수를 감축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만 해도 한종희·정현호·전영현 부회장의 ‘3부회장’ 체제였지만 한 부회장 별세와 정 부회장의 용퇴로 DS부문장인 전 부회장만 남았다. LG 역시 지난 27일 발표한 정기인사에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LG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봉석 부회장만 남았다. 롯데그룹은 같은 달 26일 임원 인사에서 이동우 부회장(롯데지주 대표이사)을 포함해 부회장 4명을 모두 퇴진시켰다.

총수를 보좌하지만 동시에 ‘옥상옥’ 구조로 신속한 의사 결정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부회장을 줄이고 총수가 직접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오른팔로 불리는 부회장도 감축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걸 보여줘 조직 전체에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불어넣으려는 뜻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들은 임원 규모도 대폭 줄이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LG는 올해 98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는데, 임원 승진자 수가 100명을 밑돈 건 처음이다. 2022년 179명이었던 LG그룹 임원 승진자는 이듬해 160명, 지난해 139명으로 감소세를 보여왔다. 삼성전자는 올해 승진 161명으로 지난해(137명)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임원 승진자 수를 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부 그룹들은 총수 자녀와 친인척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지난 10월 말 HD현대가 정기선 회장 체제로 전환하며 ‘3세 경영’ 막을 올렸고, GS그룹도 오너가 3·4세인 허용수 GS에너지 사장과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 부사장도 그룹의 미래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가 됐고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의 장남 구동휘 LS MnM 대표이사(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세대교체라는 명분이 있지만, 그룹 내 총수 일가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담겨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