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 지시 새빨간 거짓말” 재판서도 책임 떠넘기기 급급

입력 2025-12-02 00:08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 이르기까지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비상계엄을 ‘경고성 계엄’ ‘평화적 메시지 계엄’ 등으로 명명하면서 의미와 파장을 축소하고자 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그가 “총을 쏴서라도” “문짝을 부숴서라도”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전면 부인하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계엄을 계기로 촉발된 특검 수사의 칼끝은 김건희 여사를 향했다. 김 여사 역시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었지만, 수사·재판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자수서 제출 및 진술 번복이 이뤄지면서 김 여사는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상황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내내 비상계엄이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리고 이들을 멈춰 달라고 호소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헌재는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않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다”며 탄핵을 인용했다.


탄핵심판 막바지에 시작된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적극적인 변론을 폈다. 구속 상태였던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에 계엄 선포 당시와 같은 남색 정장, 빨간색 넥타이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지난 3월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후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계엄 정당성 강조에 집중됐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사전 모의는 코미디 같은 얘기”라며 “평화적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인 체포 지시를 받았다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진술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내란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윤 전 대통령의 태도는 바뀌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후 16번의 재판에 잇달아 불출석했다. 그러다 핵심 증인들의 신문이 시작된 지난 10월 30일부터 다시 법정에 나왔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인신문에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이 ‘끌어내라’고 지시한 대상은 의원이 아니라 국회에 투입된 군인이었다고 주장했다. 곽 전 사령관은 “말장난 같다”고 반발했다.

홍 전 차장에게는 검찰총장까지 한 자신이 체포 지시 등을 한 것이 이해되느냐는 취지로 묻기도 했다. 그러자 홍 전 차장은 “대통령이 지시도 안 했는데 일개 군사령관이 야당 대표, 국회의장, 여당 대표를 체포·구금하고 신문하겠다고 하겠느냐”며 “부하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은 다른 피고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때도 자신의 혐의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전 총리 재판에서 “국무회의 없이 (계엄 선포를) 하려다가 총리 건의로 국무회의를 했다? 그건 난센스라고 말씀드리겠다”며 계엄 선포 요건을 몰랐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계엄 반대 의견을 모으고자 자신이 소집을 건의했기에 국무회의가 가능했다는 한 전 총리 입장과 어긋나는 진술이다.


김 여사 역시 수사의 칼끝을 피해가진 못했다. 지난 7월 민중기 특별검사가 이끄는 김건희 특검이 출범하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청탁, 공천개입 등 16개 의혹에 관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김 여사는 수사 초반 제기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8월 12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당일 김 여사 측에 반클리프앤아펠 목걸이를 건넸다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가 특검에 제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됐고, 결국 같은 달 29일 구속 기소됐다.

사건 관계자가 김 여사에게 불리하게 진술을 뒤집는 상황은 재판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통일교와의 연결고리였던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재판에서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했다”고 입장을 번복하며 보관하고 있던 물품들을 제출했다. 지난 26일 법정에선 샤넬 가방 2개를 다른 가방 3개와 신발로 교환했고 김 여사가 검찰에서 거짓 진술을 부탁했다는 김 여사 최측근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증언도 나왔다.

양한주 윤준식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