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장동혁 면전서 “계엄은 계몽 아닌 악몽” 공개 반발

입력 2025-12-01 18:51 수정 2025-12-02 00:05
장동혁(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인천 미추홀구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민생파괴 정권 레드카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장 대표는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계엄 사과를 거부하고 단일대오만 강조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앞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었다”는 공개 반발이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와 관련한 당원게시판(당게) 당무감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며 계파 갈등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지난 1년간 덮어두고 외면했던 당내 이견이 계엄 1주년을 앞두고 표면화되고 있다.

장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겨냥해 “한 해를 잘 마무리해야 하는 때 이 정권은 끝까지 내란몰이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영장 심사에 대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서 사법부를 겁박했는데, 좌표 찍어 개딸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장 대표 발언 후 마이크를 잡은 양향자 최고위원과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이 반박에 나섰다. 양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오판을 막지 못했고 우리가 낳은 권력을 제어하지 못했다”며 계엄을 사과했다. 또 “출범 100일을 맞는 새 지도부의 사명은 당의 재건이자 외연 확대였지만, 그만큼의 혁신을 하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며 “지도부가 아직도 1년 전 12월 3일을 붙잡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친한(친한동훈)계 우 최고위원은 당게 논란과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무감사 착수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국민의힘은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중대 기로에 서 있다”며 “그러나 우리 당이 지금까지 그만한 노력을 해 온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요성을 공감하기 힘든 당무감사와 징계를 통해 당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에서) 계엄 사과 논쟁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피로감이 든다”며 “아직도 정치적으로 사망한 윤 전 대통령을 놓지 못하나”라고 비판했다. 또 “당게 문제로 윤리위가 가동되는 상황도 개탄스럽다”며 “계엄에 선명하게 반대했던 인물들을 민심에 역행했던 사람들이 작은 허물을 들어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직격했다.

장 대표는 이같은 당내 불만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를 결정한 듯하다. 그는 이날 인천 집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고 외치는 것 자체가 과거에 머무는 것”이라며 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과거 위에 현재가 있고 현재 위에 미래가 있다”며 “우리가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