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악인을 응징하는 ‘현실판 히어로’의 반가운 귀환이다. 악랄한 범죄자를 통쾌하게 처단하는 ‘사이다’ 전개가 이번에도 통했다.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 성공 사례로 꼽히는 SBS ‘모범택시3’가 검증된 서사를 토대로 시리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1회 시청률 9.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한 ‘모범택시3’는 방송 2주 차인 29일 4회에서 11.6%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TV 드라마는 시청률 5%만 넘겨도 ‘대박’으로 평가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2021년 시즌1은 16%, 2023년 시즌2는 21%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모범택시’ 시리즈는 ‘복수 대행 서비스’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내세웠다. 겉보기엔 평범한 택시회사인 무지개 운수의 직원들이 실은 사법 시스템 안에서 온당하게 처벌받지 않는 범죄자를 처단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히어로 집단이라는 설정이다. 에피소드마다 성 착취물 공유, 사이비 종교, 학교폭력 등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에피소드로 공감대를 높였다.
무지개 운수 장대표 역을 맡은 배우 김의성은 시리즈 인기에 대해 “법과 제도가 시민을 지켜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이 극 중 사적 복수에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망가진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현실적 소재를 통해 통쾌한 방식으로 풀어냈다”고 평했다.
시즌3는 이야기의 규모가 한층 확장됐다. 1·2회는 불법 모바일 도박 게임과 연계된 해외 인신매매·납치 사건을 다뤘고, 3·4회는 서민을 울리는 중고차 사기 일당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렸다. 특유의 빠른 전개와 시원시원한 액션, 각기 다른 개성의 캐릭터 등 장점이 두드러졌다.
시즌1·2에 이어 택시 기사 김도기 역으로 돌아온 배우 이제훈이 매회 파워풀한 액션을 펼친다. 신분을 감추고 범죄조직에 접근하기 위해 여러 모습으로 변장하는 그의 위장극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시리즈의 인기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선한 소재 발굴이 관건이다. 다만 극의 설정 자체가 가진 예민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공 평론가는 “표현의 강도나 자극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며 “사적 복수라는 소재 특성상 통쾌감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즌3 이후에도 시리즈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훈은 “시즌3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시청자들의 사랑과 응원 덕분”이라며 “시즌 3가 마무리될 즈음에도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보승 PD는 “시즌10까지도 가능한 메가 지식재산권”이라며 “세계관이 탄탄하고 직선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새로운 시청층 유입도 용이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