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검찰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법조계에서는 비상계엄을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의 방아쇠를 당긴 결정적 사건으로 꼽는다. 윤석열정부는 거대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 입법 시도를 재의요구권(거부권) 카드로 방어했다. 그러나 계엄이 촉발한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자 검찰은 속수무책으로 개혁 수술대에 올랐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의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시작점은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폐지법률안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인 2021년 3월 2일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는)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이틀 만인 4일 윤 전 대통령은 총장직을 내려놨고, 1년 뒤 20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계엄에 따른 탄핵 사태와 조기 대선은 불가역적 검찰개혁의 시작점이 됐다.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설립 78년 만인 내년 9월 간판을 내리게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계엄 전부터 ‘검찰개혁은 불가항력’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189석을 얻은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야권 정당은 곧바로 검찰개혁 입법에 시동을 걸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같은 해 5월 국회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반드시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목은 상징적 장면으로 꼽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 총선 때부터 검찰청 폐지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며 “숙의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던 시도마저 계엄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고 토로했다.
행정권과 입법권을 한 손에 쥔 민주당의 메스는 이제 조희대 대법원장을 필두로 한 사법부를 향하고 있다. 지난 3월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 전 대통령 구속취소,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이 결정적 계기로 거론된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의 미래 역시 선출 권력의 뜻에 달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대법관 수 증원, 재판소원법, 법왜곡죄 등 사법개혁 법안을 연내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장 견제 차원의 법원행정처 폐지 방침도 굳어졌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속도전식 입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