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그록5’ vs 페이커의 ‘T1’… 대결 성사될까

입력 2025-12-03 02:14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의 제안으로 인공지능 ‘그록5’와 프로게임단 T1(오른쪽)의 e스포츠 대결이 성사될 지 이목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라이엇 게임즈 제공

인공지능(AI)과 프로게이머 중 누가 게임을 더 잘할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가 자신이 개발 중인 인공지능 ‘그록(Grok) 5’가 인류로 구성된 최강의 팀을 꺾을 수 있다고 장담하며 인간과 AI의 게임 실력 논쟁에 불을 지폈다.

머스크는 지난달 2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그록 5는 설명서를 읽고 실험하는 것만으로도 어떤 게임이든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그록 5가 LoL 최고의 인간 팀을 이길 수 있는지 보자. ▲시력 1.0인 사람 수준의 정보만 볼 수 있고 ▲카메라로 모니터만 볼 수 있고 ▲반응 속도와 클릭 속도도 인간보다 빠르지 않다는 제약 조건을 걸겠다”고 밝혔다.

이에 T1이 곧바로 “우리는 준비됐다. 당신은?”라고 답했다. T1은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된 한국의 프로게임단이다. 최근 세계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어 머스크가 거론한 “인류로 구성된 최강의 팀”에 해당한다. 머스크의 도전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온라인에서 설왕설래가 있었을 뿐 아직 구체적인 제안이 오간 건 아니다. LoL의 종목사인 라이엇 게임즈는 “내부적으로 공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의 창립자 마크 메릴은 머스크의 엑스에 “함께 의논해보자”고 답글을 달았다. T1 안웅기 최고운영 책임자(COO)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결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 관계자들은 아직 인류의 승리를 예상한다. 한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AI가 이길 수밖에 없다. 최적의 수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도 “당장은 T1의 승리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알파고가 기보를 통해 발전할 수 있었던 바둑과 달리 e스포츠는 AI가 방송 중계를 통해 보이는 제한적인 장면만 학습할 수 있다. 또 알파고는 수많은 대국을 밑거름 삼아 발전할 수 있었지만 e스포츠는 AI가 학습 가능한 데이터의 표본이 적다. 대부분의 학습은 사실상 프로 경기가 아닌 일반 유저들의 게임을 통해 이뤄질 텐데 그 수준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는 초기 개발 단계에 10만 개 이상의 기보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