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거품을 걷어 내야 하나님이 일하신다

입력 2025-12-02 03:03

르네상스 시대 거장 미켈란젤로에게 누군가 ‘투박한 바위에서 다비드상 같은 아름다운 조각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다비드가 아닌 것을 덜어내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걸작은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깎아낼 때 탄생합니다. 본문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의 군사 3만2000명 가운데 단 300명만 남깁니다. 하나님은 왜 숫자를 줄였을까요.

기드온에겐 ‘여룹바알’이라는 별칭이 있습니다.(1절) 이방 신인 ‘바알과 다툰다’는 의미입니다. 이 별칭을 기드온에게 붙인 건 이 전쟁이 단순한 전쟁이 아닌 바알의 권세를 허무는 영적 전쟁임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전쟁 준비 중인 기드온에게 “백성의 귀에 외쳐 이르기를 누구든지 두려워 떠는 자는 길르앗 산을 떠나 돌아가라”고 합니다.(3절) 그러자 병력의 70%인 2만2000명의 백성이 돌아갑니다.

두려움은 심리적 전염병과 같습니다. 한 명이 떨면 옆 사람도 떱니다. 결국 용기를 내야 할 사람까지 마음이 꺾입니다. 적인 미디안 진영에도 두려움이란 전염병이 가득 퍼져 있었습니다.(삿 7:13~15) 결국 기드온과 백성 300명이 항아리를 깨고 나팔을 불자 해변의 모래 같이 허다하던 상대는 혼비백산해 자멸하고 맙니다.

이런 면에서 하나님이 기드온을 따른 백성의 숫자를 줄인 건 ‘거짓 안정감의 거품’을 제거한 셈입니다. 거짓 안정감이 사람을 파멸로 몰아가는 이유는 그 자신의 주제 파악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도 주님은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의 힘으로 승리했다고 자만할 걸 경계합니다.(2절)

오늘 우리도 자기 속의 거짓 안정감을 바로 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직장과 연봉, 사업 규모와 성취 등을 보며 서로를 평가합니다. 허나 뒤로는 초라한 내면과 열등감을 감춘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거짓 안정감의 거품을 제거하고 두려움 앞에 마주 서야 합니다. 거짓 안정감을 버리고 두려움 속에서 우리의 약함을 고백할 때 주님은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2만2000명이 돌아간 뒤 기드온 곁에는 1만명이 남았습니다.(3절) 그러나 하나님은 여기서 그 숫자를 더 줄입니다. 손으로 물을 움켜 입에 대고 핥는 자 300명만 남겨두고 무릎 꿇고 물을 마신 나머지는 돌려보냅니다.(6~7절)

하나님은 왜 갑자기 숫자를 줄이고 세력을 약하게 하실까요. 망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잠자는 믿음을 깨우려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은 줄이고 줄인 300명으로 450배나 더 많은 수의 미디안 대군을 무찌릅니다. 여기서 발견하는 진리는 ‘구원은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다 이뤘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오직 한 가지, 믿음입니다. 거짓 안정감의 거품을 제거하고 온전히 믿음으로 나가야 합니다.

여기서 얻는 또 다른 깨달음은 ‘우리가 약할 때 하나님의 능력이 강력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약한 자를 들어 강한 자를 부끄럽게 합니다. 약하기에 주를 의지하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은 오늘도 일하십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약함을 자랑하는 성도 여러분이 되십시오. 주님의 능력은 약한 데서 온전해집니다. 숫자나 조건, 업적 등의 모든 거품을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 나갈 때 주님은 우리의 약함을 사용해 당신의 일을 이루십니다.

이인호 목사 (더사랑의교회)

◇더사랑의교회는 이인호 목사가 개척 이후 지난 22년 동안 ‘가르치고 치유하고 전파하는’ 주님의 3대 사역을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평신도 지도자와 함께 복음으로 다음세대를 세우며 지역사회과 한국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