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행 2.5%로 동결했다. 국내 저성장 우려를 반영하면서 연내 2%대 초반, 내년까지는 1%대 기준금리 진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연초 시장의 전망과 달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지난 2월과 5월, 연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제한됐다. 아울러 향후에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뿐 아니라 소수이기는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등장했다. 연초와는 사뭇 다른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성장과 물가에 초점을 맞춘다. 강한 성장 기조가 나타나면 경기 과열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하고, 성장 부진이 이어질 때에는 금리를 인하해서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이다. 또한 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치 이상으로 상승했을 때에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데, 한국은행의 경우 물가 안정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다. 다만 선진국 중앙은행과 달리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은행의 경우 앞의 성장과 물가 이외 두 가지 요인을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
우선 가계부채를 들 수 있는데, 지난해부터 국내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바 있으며, 이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에 기인한 바 크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이로 인한 부채 급증 국면에서 물가와 성장만을 보며 기준금리를 섣불리 인하할 경우 이른바 ‘불난 곳에 기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 안정을 감안한 가계부채 상황 역시 기준금리의 중요한 고려 요인이 된다. 다른 하나는 환율이다. 지난 3년여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이례적인 역전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행 미국 기준금리 상단은 4.0%인 반면 한국의 기준금리는 2.5%다. 여기서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자칫 자본 유출 우려를 키울 수 있으며 자본 유출입의 시그널은 환율을 통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결국 환율이 급등할 경우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지는 바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6월로 돌아가보자. 당시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은 금융 위기의 상흔이 깊었던 2009년과 같은 0.8%에 불과했다. 또한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를 하회하면서 금리 인하의 제약 사항이 될 수 없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미국발 환율 합의 압박으로 플라자 합의 2.0이라고 불리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가능성까지 부각되며 1350원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불안했지만 6·27 대책 이후 가계부채 억제에 대한 기대가 생겨 성장, 물가, 환율, 그리고 가계부채의 전 요인이 추가 금리 인하의 제약 사항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우선 환율은 재차 1450원선을 넘어서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밀어올리게 되는데,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2.4%까지 상승하면서 경계감을 높이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 역시 10·15 대책이라는 추가 규제에도 열기가 쉽게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0%, 내년은 1.8%로 상향 조정했는데 성장 전망까지 높아지면서 앞서 언급한 성장, 물가, 환율, 가계부채의 전 영역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 상황만을 보고 금리 인하가 끝났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지려면 고공 비행 중인 환율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과 연관된 가계부채까지 안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는 살아있지만, 그 가능성을 조금씩 낮게 보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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