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4000 고지’를 넘었던 코스피가 부침을 겪는 사이 투자자들의 시선은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둔 배당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주요 배당주들이 여타 코스피 종목들에 비해 견실한 흐름을 보인 데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배당을 유도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11월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28일 3970.67로 장을 마쳤다. 앞선 10월 말(3826.18)과 비교하면 1개월 사이 3.78%(144.49포인트)가 올랐다. 같은 기간 4107.50에서 3926.59로 4.4%나 빠진 전체 코스피와는 대조적이다.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삼성전자·현대차·KB금융 등 코스피 상장주 중 배당 성향이 높은 50개 대형주로 구성된 지수다.
코스피는 11월 3일 장중 사상 최고치(4221.87)를 경신하면서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4000을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불안정한 ‘조정기’에 진입했다. 그 사이 국내 증시에서는 배당주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신한금융지주 등 배당 성향이 높은 금융주들이 대거 포진한 ‘코스피200 금융 고배당 탑10’ 지수는 10월 말 2138.35에서 2231.84로 4.37%(93.49포인트) 오른 채 11월을 마쳤다. 한때 투자 심리가 위축됐던 PLUS 고배당주(4.91%)·SOL금융지주플러스고배당주(5.19%) 등 고배당 상장지수펀드(ETF)도 생기를 되찾았다.
금융·통신·유틸리티 대표적 고배당
연말 배당 시즌과 증시 조정 국면이 맞물리면서 뒤늦게 본격적인 ‘배당주의 계절’이 찾아왔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보통 한국 증시 투자자들은 9~10월부터 연말 배당 시즌을 노리고 배당주에 진입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12월 말을 배당기준일로 삼고, 그보다 이틀 전까지 주식을 사야 배당을 받을 권리를 주기 때문이다.
다만 배당주를 배당락일(배당기준일 하루 전) 직전에 사서 배당락일에 파는 것보다 11월쯤 매수해 1월까지 들고 가는 편이 더 수익률이 높다. 배당락일에는 기관들이 주식을 대거 처분해 주가가 잠시 떨어지기 쉬운데, 통상 이때 매도 행렬에 동참하는 것보다 연초 ‘1월 효과’를 누리는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고배당 업종으로는 금융 분야 외에도 통신업·유틸리티(전력·가스) 등이 꼽힌다.
증시가 불안정할수록 한층 주목받는 안정성 역시 배당주의 강점이다. 성장주에 비하면 주가 상승 폭이 비교적 작지만, 대신 보다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뚜렷한 상승 동력 없이 출렁이는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완충 작용을 하는 ‘방어주’ 성격으로 배당주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배당주가 주목받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코스피가 주요 대형주를 앞세워 ‘역대급 상승장’을 이어가다 보니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배당주에는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까지 코스피가 연초 대비 60.6% 상승하는 동안 고배당주 상승 폭은 32.5%로 이를 한참 밑돌았다.
하지만 코스피가 완연하게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 시선이 다시 배당주를 향하기 시작했다. 전체 코스피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고배당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8배로 코스피(10.1배)보다 약 23% 낮았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배당 안정성이 높은 종목군 중심으로 수급이 유입되면서 금리 불확실성과 실적 피크아웃 논란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방어적 스타일로서의 매력이 강화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안정적 배당종목 중심으로 수급 유입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라는 정책 호재까지 현실로 다가오면서 배당주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조세 당국은 이자·배당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기는 주주를 종합과세 대상자로 삼아 최고 45%(지방소득세 포함 49.5%)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왔다. 이자·배당소득이 합계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근로·사업소득 등과 별도로 14%(지방소득세 포함 15.4%)의 분리과세가 적용됐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정부는 이 같은 현행 세제가 국내 증시의 낮은 배당 성향에 일조하고 있다고 보고 분리과세 확대를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았다. 지난 30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배당소득 ‘50억원 초과’에 대한 최고 세율 구간을 신설하고 최고 세율을 30%로 설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구체적으로는 내년부터 연간 배당소득 2000만원 이하에 14%, 2000만~3억원 이하에 20%, 3억원 초과~50억원 이하에 25%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다만 대상 기업의 배당 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 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해당 법안은 기재위 조세소위 통과 과정에서 ‘초부자 감세’라는 일각의 지적을 반영해 5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됐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안(35%)보다는 낮은 세율이고, 배당 활성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기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대신증권은 이날 발표한 ‘2026년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3차 상법개정안과 배당소득분리과세 시행이 저평가 고배당 기업으로의 관심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