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참사 추모 속에 치러진 ‘2025 마마 어워즈’

입력 2025-12-01 01:21
걸그룹 베이비몬스터 멤버들이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지난 29일 열린 ‘2025 마마 어워즈’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인공 그룹 헌트릭스의 ‘골든’ 무대를 재현해 선보이고 있다. CJ ENM 제공

“음악이 주는 치유와 연대의 힘을 믿습니다. 무대를 통해 위로와 희망을 건네,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2025 마마 어워즈’ 무대에 오른 배우 박보검은 침통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홍콩 카이탁 스타디움에서 지난 28~29일 열린 시상식은 공연 이틀 전 아파트 화재 참사로 최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차분한 추모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호스트를 맡은 박보검은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으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공연장에서 약 20㎞ 떨어진 타이포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지난 26일 발생한 화재로 146명이 숨지자 주최사인 CJ ENM은 시상식 진행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 연기 및 취소 방안까지 논의했지만 “추모와 연대를 전한다”는 취지로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피해 지원을 위해 2000만 홍콩달러(약 38억원)를 기부했다.

출연 가수들은 검정 등 무채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공연 연출도 화려함을 걷어내고 최소화했다. 불꽃 기둥 등 특수효과는 배제했고, ‘불’ 관련 가사가 들어간 노래는 다른 표현으로 바꾸거나 아예 선곡에서 제외했다. 걸그룹 미야오는 ‘버닝 업’을 ‘턴 잇 업’으로, 베이비몬스터는 “불을 지필 거야 번 잇 업”을 “날아오를 거야 고잉 업”으로 바꿔 불렀다.

시상자로 예정됐던 배우 양쯔충(양자경)과 보이밴드 미러 등 일부 현지 출연진은 불참을 통보했다. 톱스타 저우룬파(주윤발)는 예정대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시상에 앞서 관객과 다 같이 묵념한 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를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앨범상’은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정규 4집 앨범 ‘카르마’에, ‘올해의 노래상’은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듀엣으로 부른 ‘APT.’에 각각 돌아갔다. ‘올해의 가수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수상한 가수 지드래곤은 “(상을 받아) 기쁜 날이기도 하지만, 슬픈 날이기도 하다.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팬 투표로 결정된 ‘팬스 초이스’에는 엔하이픈이 선정됐고, 신인상은 코르티스와 하츠투하츠가 받았다.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를 실사화한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 베이비몬스터 멤버 파리타·아현·로라가 극 중 인기 걸그룹 헌트릭스로 분해 ‘왓 잇 사운즈 라이크’와 ‘골든’을 불렀다. 함께 예정됐던 사자보이즈 공연은 참사 직후 ‘저승사자’ 모티브의 공연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이뤄지지 않았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