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이 수사 마무리 국면에 변수로 등장한 김건희 여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간 텔레그램 대화의 처리 방향을 두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려는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을 통해 검찰 인사 등 수사 과정에 개입했다고 판단, 박 전 장관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다만 오는 14일이 수사종료일인 점, 김건희 특검과의 수사 범위 중첩 논란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 전 장관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수사하고 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김 여사와 박 전 장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동기와 연결해 보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해 5월 박 전 장관에게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 되느냐’는 등의 텔레그램 메시지와 검찰 수사팀에 대한 지라시 등을 보냈다. 특검은 이를 김 여사가 박 전 장관을 통해 자신의 디올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와 검찰 인사 등에 개입하려 한 정황으로 의심한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이 ‘정치적 운명 공동체’로 결속된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다. 새로 드러난 김 여사의 수사 개입 의혹은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인 데다 청탁금지법은 내란 특검 수사 대상과 동떨어져 있어 ‘별건 수사’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여사와 박 전 장관이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지난해 5월이 비상계엄보다 앞선 만큼 계엄 선포 배경으로 연결 짓기 위해선 관련 진술과 추가 물증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더라도 소명이 쉽지 않은 점도 특검의 고민거리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김 여사의 요구에 따라 검찰 수사팀 인사를 교체했는지, 수사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검찰 인사 담당자 등을 통한 무리한 인사 여부 등의 추가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며 “수사 기간이 2주 남은 상황을 감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과의 수사 중복 가능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와 관련해 내란 특검 관계자는 지난 28일 “박 전 장관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한정해 최소한으로 수사할 것”이라며 “저쪽(김건희 특검)과 자칫 충돌해서 이중기소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수사 개입 의혹과 관련된 증거물은 내란 특검과 협의를 거쳐 김건희 특검이 강제수사 형식으로 넘겨받을 전망이다. 김 여사는 검찰 인사나 수사 개입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박 전 장관과 직권남용 공범으로 의율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