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세법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세제 개편 논의를 다시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다만 당장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재도입을 논의하기보다 시급한 것부터 선별해 개편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다. 정부·여당도 대체적으로 자본시장 과세 개편 필요성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제를 도입한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금투세 도입이 실패한 전례가 있는 만큼 공감대를 얻는 것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투자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등 합리적인 과세를 위해서 자본시장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전문가 사이 이견이 없었다. 금투세 폐지로 부정적인 여론을 확인한 만큼 투자자에 유리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업의 배당정책을 개선하고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대표적인 예다. 여야는 지난 28일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존 정부안이었던 기업 배당소득 3억~50억원 구간 최고세율 35%를 25%로 낮추고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 구간에 최고 세율 30%를 적용하는 세제개편안에 합의했다.
이환태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다음으로는 펀드손익간 손익통산 허용과 이미 양도세가 도입된 해외주식에 대한 손실이월공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며 “그 이후 전체 상품 간 손익통산과 전반적인 과세체계 정비를 장기적 관점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재원 서울대 교수는 “일단 거래세를 폐지하고 단기 투자에만 양도세를 매기는 방법 등 장기투자에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도 자본시장 세제를 손봐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다만 세제 개편이 자칫 지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재논의 시점과 구체적인 도입 일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금투세 폐지 논의가 한창일 당시 “코스피가 4000을 넘을 경우 금투세를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의원들은 최근 “지수 4000이 안정화되면 재논의를 시작하자”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금투세 재논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주식시장이 더 성숙화하면 금투세 등 세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 관계자는 “금융 세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정비하기 위해 논의했던 게 금투세”라며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은 다 금투세가 도입돼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세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조세 원칙을 바로 세우는 방향으로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학계에서도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금투세 도입은 이견이 없었던 것”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세제 개편도 원칙에 따라 추진돼야지, 증시 상황이나 여론에 따라서 휘둘린다면 세제 개편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장은현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