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3)는 내년 초로 잡아놨던 미국 서부 여행 계획을 최근 접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원래 미국뿐 아니라 동유럽 여행도 생각했는데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된다”며 “올해 말 여행도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중국 정도만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선을 위협하면서 그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해외여행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여행 증가세가 장기적으로는 꺾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학생을 포함한 해외 체류자들도 이미 경제적 압박을 크게 체감하고 있다. 10월 초 140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중순 1500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원·유로 환율도 11월 중 1700원을 넘어섰다.
30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9월 해외여행객 수는 709만3383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9928명 줄어든 것이다. 매달 전년 대비 수십만 명씩 해외여행객 수가 늘어났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해외여행객 증가세는 확연히 감소한 모습이다.
해외여행 수요 둔화의 원인으로는 고환율 여파로 급격하게 상승한 해외여행 비용이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의 품목별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해외단체여행비 물가지수는 지난달 124.79로 전년 동월(111.18) 대비 대폭 상승했다. 국제항공료도 같은 기간 118.88에서 121.57로 올랐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고환율로 인한 물가 상승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유학생 유모(26)씨는 “환율이 치솟으면서 한국에서 같은 액수를 보내줘도 받는 액수 차이는 커진다”며 “친구 중에는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저렴한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을 연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모(30)씨는 최근 미국의 한 대학원 입학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환율이 언제 안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불안했다”며 “미국에 간다고 해도 편한 마음으로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환율 변동에 전전긍긍할 것 같아 입학을 미루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여행 등 수요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컨슈머인사이트가 내놓은 10월 월간 여행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해외여행비 지출 의향 조사에서 ‘더 쓰겠다’는 답은 35.2%로 전년 동월 대비 3.1% 포인트 줄었다. 6개월 이내 해외여행 계획률도 46.1%로 전년 동월 대비 0.6% 포인트 감소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객 개인이 일정을 짜는 자유여행 같은 경우엔 고환율로 인해 계획을 취소하는 등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이현 유경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