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ESS 수주’ 2차전 개막… 산업 기여도·안전성 ‘승부처’

입력 2025-12-01 00:22
경북 경산변전소에 자리한 ESS 설비. 한국전력공사 제공

정부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공고가 나오면서 배터리 업계의 수주 경쟁도 본격 막이 올랐다. 입찰 규모는 540메가와트(㎿)로 사업비 약 1조원에 달한다. 2차 입찰 결과가 향후 국내 ESS 생태계의 주도권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27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공고’를 내고 총 540㎿(배터리 용량 환산 시 3.2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 발전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입찰 기한은 내년 1월 16일이다. 전력거래소는 내년 2월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2차 입찰은 가격과 비가격 평가 비중이 1차 때의 60대 40에서 50대 50으로 변경되며 ‘비가격 요소’ 부분이 강화됐다. 특히 국정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를 겪은 뒤 화재·설비 안전성 점수가 기존 22점에서 25점으로 대폭 늘었고, 산업·경제 기여도, 계통 연계(출력제어·계통 안정화 기여도) 등의 평가 점수도 1점 상향됐다. 단순 입찰가 경쟁보다는 화재, 국내 기여도 등 질적 요소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전력거래소는 “1차 입찰에서는 가격 요소가 낙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이번에는 평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가격 배점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생산 비중이 승패를 좌우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1차 입찰 때는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삼원계(NCA) 배터리를 내세운 삼성SDI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나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제치고 전체 물량 80%를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 국내 배터리 산업 기여도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3사도 저마다 ESS용 배터리의 국내 생산 및 투자 확대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도 충남 서산공장의 전기차 전용 설비를 ESS용 LFP 파우치형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세우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15GWh 생산 규모의 울산공장에서 NCA 배터리를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소재·부품 비중이 높은 LFP에 비해 NCA 배터리는 주요 소재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점을 차별화 지점으로 삼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LFP 배터리의 강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여도, 안전성 등 비가격 요소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며 “이번 결과는 ESS 배터리 기술 투자 방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