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내부에서 윤석열정부 감사의 문제점을 조사하는 운영 쇄신 태스크포스(TF) 활동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감사원을 지키기 위해 쇄신에 힘을 모아야 한다”며 결속 다지기에 나섰지만, 내부에선 정권 교체 때마다 독립성·중립성 훼손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부끄럽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유병호 감사위원(전 사무총장)은 30일 국민일보에 “TF는 조사 대상자 동의 없이 녹취 증거를 불법 열람하고, 내부감찰 자료와 인사 자료를 마구잡이로 열람·이용했다”며 운영 쇄신 TF가 ‘불법 TF’라고 주장했다. 이어 “TF의 구성·활동 과정, 절차·수단·방법, 발표결과 중 심각하게 법의 테두리를 일탈한 부분에 한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TF와 유 감사위원 측의 갈등은 지난 20일부터 본격화됐다. TF가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등의 점검 결과를 발표하자 유 감사위원 등은 “허위 공문서”라고 반발했다. 감사원은 지난 26일에는 TF 조사를 바탕으로 유 감사위원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직원을 선택적 감찰하는 등 권한을 남용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했다.
유 감사위원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감사원의 내홍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정권에서 이뤄진 감사를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조직 내 피로감이 커졌는데, TF 활동에 대한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면 조직의 내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직사회의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감사원이 외부에선 중립성 논란에 직면하고, 내부는 와해·갈등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 감사위원은 “현 TF의 문제에 대해 대다수 감사위원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TF에 “한 사람에 의해 감사원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직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감사위원이 ‘감사원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조직원으로서 지금의 사태가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조직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김인회 감사원장 권한대행은 지난 28일 내부망에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려 “감사원이라는 헌법기관을 지키기 위해서는 쇄신과 개혁작업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감사원을 향한) 외부의 시각은 훨씬 날카롭고 위험하다. 검찰과 같이 볼 정도”라며 “검찰을 해체했듯 감사원도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흔들리면 조직의 존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개혁을 위한 과거청산, 쇄신은 한 번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